약 2개월가량 지났을 때였다. 수련시간에 갑자기 물체가 두 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오직 눈에만 이상이 느껴졌다. 성인반의 유단자들이 빨리 안과에 가보라며 걱정하자 나 역시 심상치 않게 여겨져서 체육관 문단속을 하고 칼스루헤로 운전을 하고 돌아왔다.

곽금식 사범.

운전 중에 신호등이 아래위로 흔들리며 두 개로 보여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집에 귀가한 후 담당의사인 에더씨에게 전화하여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걱정하지 말고 내일 안과에 가보라며 안심시켜 주었다.

이튿날 기상하자마자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안구에는 이상이 없고 시력도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더 큰 안과로 옮겨 그곳에서도 같은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담당의사가 옆의 의사와 귓속말로 ‘머릿속의 작은 물체가 시신경을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며 ‘행여 암일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의 말을 주고받는 것이 들렸다.

순간 나는 몹시 당황하였다. 의사는 시신경에 어떤 물체가 자리하고 있다며 C.T 촬영 이후의 결과를 기다려 보라며 안심시켜주었다.

검사가 있은 5일 후까지 수련생들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에는 잠시나마 걱정과 불안을 잊을 수 있었지만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걱정스러운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없는 집사람의 삶, 그리고 내가 없는 체육관은 두 아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많은 근심과 고민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식욕도 부진해져서 나는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CT 촬영이 있던 날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나를 의사가 불렀다. 의사는 나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안심하라고 말하였다. 믿기지 않는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보며 안과에서 들은 이야기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하였더니 담당의사는 CT 촬영필름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나는 정말 다행이구나 싶어 그제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만일에 대비해 더 큰 시립병원에서 뇌신경과 혈관 CT 촬영 검사 날짜를 받았다. 그곳의 주임의사는 내 건강상태가 정상이며 또 양호한 상태라고 말해주었고 절대 암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에더씨는 지난번 무릎수술 때 마취제나 복용약에서 오는 부작용의 증후일 수도 있다며 의사로서의 의견을 들려주어 그간의 내 근심은 사라졌다.

얼마 후 내가 복용했던 약은 ‘비옥스(Vioxx)’라는 약으로 전 세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킨 의약품으로 밝혀졌다. 나 역시 그 약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별탈 없이 일주일 후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컨디션도 좋아져 예전처럼 수련생들과 즐겁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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