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단명(高枕短命)은 예로부터 쾌면(快眠)과 건강을 위한 황금률로 여겨져 왔다. 말 그대로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의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베개를 높이 베면 경추의 정상적인 곡선인 ‘C’자형을 이루지 못하고 목 부위가 앞으로 구부정하게 되고 기도 부위가 좁아져 코골이 호흡곤란이 생긴다. 또한 목 부위 근육이 굳어져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돼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목이 긴장하면 혈액순환도 좋지 못해 푹 잔 것 같은데도 피곤하며, 심한 경우 목디스크나 목관절염을 초래하고 자세 변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박동식 교수.

반대로 아주 낮은 베개나 아예 베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위와 비슷한 영향을 받게 되어 잠자는 동안 긴장된 경추의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경추의 정상적인 곡선을 유지시킬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베개는 척추의 정상적인 정렬을 유지하며 경부를 지지해야 하며, 머리모양에 따라 적절한 모양이 될 수 있도록 부드러워야 하고, 옆으로 누울 때는 어깨높이를 고려하여 베개의 높이가 바로 누운 자세 때보다 높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베개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인데 의학적으로 이상적인 높이는 6∼8㎝ 정도. 이 높이일 때 목 부위가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베개가 상품화되어 있어 경추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이러한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추부 질환 중의 하나인 경부 통증은 전체 인구 중 35∼80%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잘못된 자세로 인한 근육 및 인대의 미세손상, 외상, 디스크질환, 척추관절염 등이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경부통은 종종 수면 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심해지고 낮 동안에 나아지는 형태를 보인다. 이것은 낮 동안에는 경부통증이 있는 환자가 과도한 경부 움직임이나 통증과 관련된 자세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며, 반대로 수면 시에는 경부와 머리가 충분히 지지되지 못했거나 무의식적인 경부 움직임 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면 중의 적절치 못한 경부 자세는 통증유발의 원인이 되어 수면을 방해함은 물론 아침의 경부통증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수면 시 올바른 경부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바로 누운 자세는 정상적인 경추의 만곡을 유지할 수 있고, 옆으로 누운 자세는 경추와 흉추가 일직선이 되어 근육긴장을 없앨 수 있으며, 척추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한편 베개의 재질로는 땀을 잘 흡수하고 바람이 잘 통하며 소재가 부드러운 것이 좋다. 나무로 만든 딱딱한 베개는 옆으로 누울 때 안면신경이 눌릴 수 있고 혈관도 눌리어 혈액순환을 막는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20∼30분마다 뒤척이게 되는데 베개가 딱딱하면 뒤척이기 힘들고 근육이완도 막기 때문에 좋지 않다.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박동식 교수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박동식 교수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