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오경호 충청대학 이사장이 제16대 한국대학태권도연맹 회장에 당선됐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7대 25라는 큰 표차이로 당선된 오 회장은 이 선거를 계기로 그동안 태권도계 비주류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태권도 제도권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앞으로 4년간 한국대학태권도연맹을 이끌어 나갈 오경호 회장을 ‘2009전국대학태권도개인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구례에서 만났다. 이번 대회는 대학연맹이 오경호 체제로 개편된 후 첫 번째 열리는 행사다. 그 만큼 이전 대회들과 어떤 모습이 같고 다를가에 관심이 모였다.

오경호 대학태권도연맹 회장

“대회를 진행하는 면에서는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을 것입니다. 전 회장과 집행부가 일을 잘 해왔고, 소소한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봅니다. 대학연맹의 실무들은 집행부에서 잘 해나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다만, 나는 ‘오경호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오경호니까 할 수 있는 일? 그것이 무엇일까. 오경호 회장에 대한 그간의 인식은 대학(충청대학) 이사장이라는 점, 최중화 ITF 총재의 귀국을 주도했을 정도로 ITF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태권도 제도권과 깊이 얽매이는 점이 없어 그만큼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오경호 회장이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대학연맹이 본연의 임무로 가져야하는 ‘교육’으로서의 기능이다.

“그간의 대학연맹의 대회는 지나치게 경기 결과와 성적에 집중하다보니 대학연맹으로서 가져야하는 교육으로서의 기능이 부분에 치우친 면이 있었습니다. 우승을 하는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그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나머지 선수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는 것도 교육입니다. 대학연맹의 선수들 중 절대 다수인 ‘진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고, 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승자 독식’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태권도계에서 오경호 회장의 지적은 보기 드문 것이기도 하다. 오 회장은 경기 결과에 대한 승복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잘못된 판정이 내려졌다고 생각되는 경우라 할 지라도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합니다. 항의를 하더라도 지성인답게 정당한 절차를 밟아 소청을 제기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오경호 회장은 충청대학 이사장으로서 태권도문화축제를 10년간 이어오며 태권도계에 이름을 인식시켜왔다. 작년에는 최중화 ITF 총재의 귀국을 막전막후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알려지면서 핵심 뉴스메이커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ITF는 여전히 WTF에서 볼때는 이단시 여겨지는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ITF는 오경호 회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ITF는 말하자면 ‘집나간 자식’과도 같습니다. ITF가 북한태권도라고 인식이 되었던 것은 냉전시대의 산물이지요. ITF에 대해 비판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되묻습니다. ‘ITF의 어디가 나쁩니까? 기술이 부족합니까? 아니면 품새(틀)가 나쁩니까?’ 이제 ITF는 더 이상 WTF의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태권도가 가지는 또 하나의 부분일 뿐이지요. 일선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에게 태권도 외에 수학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ITF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태권도 현대사에서 ‘최홍희’라는 이름을 빼고 쓸 수가 있겠습니까? 외국에서는 WTF건 ITF건 모두 같은 태권도입니다. 한국사람들만이 그 구분을 신경쓸 뿐이지요. 이제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ITF를 포용해야할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ITF에 대한 오 회장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이 발언이 그대로 기사화되어도 상관없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상관없다. 나는 내 길을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회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프로태권도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태권도’라기 보다는 ‘태권도의 프로화’라는 것이 오 회장의 설명이다.

“태권도계의 파이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태권도는 그대로 놔두더라도, 태권도를 통해 할 수 있는 영역을 미리부터 한계지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선진국에서는 태권도장에서건 가라테도장에서건 넓은 의미의 마샬아트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K-1같은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K-1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UFC 같은 경우에는 미국에서 오히려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태권도의 기술을 중심에 놓고, 타무술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화된 태권도대회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한 프로화는 최대한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매니아들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신 마케팅 이론이 도입되어야하죠. 그래서 태권도를 통해 스타가 나오고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합니다.”

국내 태권도계에 이해관계가 얽힌 것도 없고 얽히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오경호 회장의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경호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것.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오경호라는 이름은 태권도계의 핫 이슈메이커가 될 전망이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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