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선 영어가 필수다. 실제 필요에 의해 배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학교 진학이나 취업에서 영어능력은 이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격이 돼 버렸다. 특히 현 정부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어 조기교육 열풍은 더욱 심해졌다. 이와 같은 환경은 태권도장에도 영향을 미쳐 ‘영어 태권도’를 교육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영어 태권도’를 내걸고 관원을 모집하는 도장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안병철 관장과 든든한 조력자인 부인 최윤진씨.

목동에 있는 호키청우태권도장도 태권도 교육과 함께 영어교육을 지도 프로그램으로 택한 도장 중 하나다. 4년 전 도장을 개관한 안병철(33) 관장은 첫해부터 직접 만든 교육 프로그램으로 영어 태권도를 지도했다.

안 관장은 중학교 때까지 수련하던 태권도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 때문에 쉬게 됐다. 그러나 태권도에 대한 애착은 대학 진학 이후 동아리에 가입, 대회에 참가하고, 학사장교 군복무시절에도 태권도 교관으로 활동케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태권도 지도자가 되리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필리핀 어학연수 시절 현지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던 그는 1년 남짓한 그 기간 중에 비로소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귀국 후 태권도 관련 업체에 취직,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이것이 안 관장과 영어, 그리고 태권도의 인연이다.

수년간 외국인을 가르치던 안 관장은 2005년 자신의 도장에서 국내 수련생들을 지도했고, ‘영어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련생들에게 영어를 함께 지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욕만 앞서 심층적인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도장에서 영어를 심층적으로 가르친다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리고 외국인 관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며 글로벌한 사고를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안 관장은 태권도를 열심히 가르친다는 기본을 다하면서도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영어교육을 모색했다.

뮤지컬 '노틀담 드 파리'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배우들이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호키청우태권도장을 찾았다.

“일단 영어 태권도에 긴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습니다. 수련생들은 대부분 영어에 대해 두려움이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저 영어로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몇 가지 만들었습니다. 영어라고 생각지 않고 놀이라고 생각하도록 하니 어린 수련생들에게도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곧바로 그 결과가 나타났다. 아이들이 영어를 기피하지 않고, 단순한 몇 마디지만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어를 배우게 해 달라고 학부모에게 요청하는 경우까지 다수 생겼다. 안 관장은 물론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수련생들에게는 간단한 동작이나 생활영어도 시간을 정해 지도하고 있다.

호키청우태권도장에는 외국인 수련생들이 드물지 않게 드나든다.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사범 생활을 꽤 오래 했던 덕분에 그에게서 태권도를 배운 외국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호키청우태권도장을 소개하는 일도 많았고, 그 인연으로 다시 안 관장을 찾아온 외국인들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이상 이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운다. 이들은 한국의 어린 수련생들과 함께 태권도도 수련하고 문화교류도 한다.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외국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줍니다. 책으로만 배우는 것보다는 직접 외국인들과 접촉하며 보고 듣는 교육의 효과가 크고, 무엇보다도 이들을 통해 좀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키청우태권도장에서 한 수련생을 나머지 수련생들이 영어로 한마디씩 방향을 지시해 목표지점으로 빨리가는 게임을 하고 있다.

영어 태권도에 대한 비판도 많고, 태권도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영어도 태권도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호키청우태권도장이라면 태권도 실력 향상과 동시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두 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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