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 국제심판 관리 부정사태가 1명 구속, 5명 불구속으로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핵심은 두 가지다.

국제심판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한 시험에 응시해 불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합격한 것으로 둔갑된 것과 미응시자가 마치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조작해 국제심판 자격증이 발급됐으며, 회비를 미납하거나 경력 등 기준에 부적합한 자가 승급한 사례가 그 첫 번째이다.

또 하나는 회계부정이다. 심판들이 매년 세계연맹에 납부하고 있는 연회비와 각종 교육 참가비가 연맹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실무자가 상당부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심판판정과 관련해 논란에 자주 휩싸여왔던 태권도. 이번 사태로 인해 태권도는 세계 스포츠계의 ‘영원한 말썽꾼’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결국 태권도와 세계연맹 모두 국제 스포츠계에서 이미지만 훼손됐을 뿐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세계연맹 사무처 직원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들인 김운용 전 총재 측과 이들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조정원 현 총재 측과의 비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동료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로를 동료가 아닌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를 제기할 세계연맹 직원은 거의 없다.

최근 세계연맹의 이러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태권도인들은 세계연맹 사무처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서별 배치도 편을 갈라놓은 듯했다. 이번 사태가 가져온 후유증이다. 문동후 총장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때문에 더 늦기 이전에 조정원 총재가 직접 나서서 직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결과는 사법부에 맡겨진 상태다. 더 이상 서로에 대한 문제를 들추어내려 할 이유가 없다.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세계연맹이 당사자를 징계조치하면 된다. 이번 사태가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 사기진작 차원의 대화합이 물꼬를 찾는 게 급선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조 총재와 문 총장은 세계연맹 직원들 간의 화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내부결속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조 총재가 천명한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직원들 간의 화합이 절대적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실무자에게 있지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도의적인 책임은 당연히 조 총재와 문 총장이 져야한다. 이번 사태가 조 총재 취임 이전에 누적된 것이라 해도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 총재는 취임일성으로 세계연맹을 국제기구에 걸맞게 시스템을 변화하고 태권도 전반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 총재가 수장에 오른 뒤에도 끊임없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나 집안단속에 소홀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관련 직원은 구속됐고,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한 개혁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세계연맹에 대해 태권도계는 물론 국제 스포츠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계연맹이 강조하고 있는 태권도 개혁이 단순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먼저 내부결속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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