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국에서 장인, 장모 어른이 독일로 방문하셨다. 오랜만에 보는 손주들이 귀여워 밤낮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해 주셨는데 한번은 경수가 과자를 들고 ‘할아버지, 이거 먹어’. ‘할머니, 이거 먹어’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버님께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가르치지 못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우리 내외 외에는 한국말을 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어서 존댓말 사용에 서툰 점을 이해해주십사하고 설명을 드렸다. 독일 사회에서는 가까운 사이, 가족, 친구들과는 존칭을 하지 않고 ‘너(du)'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는 한국의 문화와는 다른 것이어서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하면 방학 때마다 한국으로 보내어 한국말과 태권도를 배우도록 하겠노라 결심했다.

곽금식 사범.

1993년 7월, 칼스루헤에 도장을 개관한지 어느덧 17년이 되었고 종합체육관을 개관한지도 8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년 초에 서울시 태권도팀이 방문하였을 때 송봉섭 단장님과 최재무씨가 인솔하는 초등부 시범팀이 현지에서 볼 수 없었던 시범을 보인 이후 2006년 5월에  춘천시의 박계회 감독팀이 이곳을 방문하여 친선게임을 선보였는데 이곳 지방 언론에서 보도되고 나서 칼스루헤 체육관에만 관원 1,200여명이 넘어섰다. 친선게임 후에 이곳 지방 신문과 TV방송에도 우리 태권도의 멋진 시범장면과 흥미진진한 경기내용이 보도된 덕분에 우리 체육관의 홍보는 절정에 이르러 포르츠하임의 300여 회원의 수를 더하면 개인도장으로서는 회원 1,500명의 상당히 큰 규모의 체육관이 된 셈이었다.

새로운 관원이 늘어나는 것 보다는 기존의 관원들이 오랜 시간 수련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져서 보조 지도자를 매시간 한명씩 더 두고 늘어난 관원들을 더욱 성의있게 지도하는데 힘썼다.

또 안내 및 접수 직원들을 직접 교육하기 보다는 마케팅 전문분야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전문가로부터 배워나가도록 하였다. 점점 늘어나는 스포츠센터를 상대로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해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였고 이로써 보다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이 체육관으로 흡수될 수 있었다. 새로운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나 역시 지도자로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워 나갔다.
 
한국에서 태권도팀들이 다녀간 이후 관원들 중에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태권도의 본고장인 한국과 서울의 국기원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무렵 성남 풍생고 태권도 창단 20주년 국제대회에 우리 관원이 초청되어 27명의 선수와 3명의 임원, 총 30명을 인솔하여 7월 5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여 이튿날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풍생고 태권도 단장님이신 강선장 선생님이 이끄는 태권도팀이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환영해 주었다. 미리 준비된 버스에 오른 독일 관원들은 고층 건물들로 이어진 한강변을 보면서 감탄했으며 사람 많고 차들이 넘쳐나는 큰 도시에 갑자기 도착하여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나는 한국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앞으로 14일간의 일정과 주의할 사항들을 알려주었다. 며칠간 풍생고 태권도팀과 합숙훈련을 하면서 예정된 프로그램대로 일정이 잘 진행되었고 드디어 7월 11일 친선경기를 가졌다.

거대한 성남 올림픽 체육관에는 관중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우리 선수들은 이 분위기에 무척 긴장한 상태였다. 코치에게 일러 친선 경기이니 긴장감을 풀고 실력대로 최선을 다하기를 부탁했지만 경험있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실력 발휘는커녕 한국 선수들에게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우리 팀은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무엇보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에 놀랐고 또 태권도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 같았다. 그러나 참가하는데 큰 의의가 있었음은 물론, 이 기회를 통해 풍생고와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다. 매년 우리 관원들을 한국으로 보내어 합숙훈련을 받도록 하고 태권도의 본고장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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