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경희대박사태권도장은 규칙을 가장 중시한다. 그런 자세는 아마 수련생들 마음에도 각인돼 있다. 이철(38) 관장은 규칙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다.

“규칙을 절대 깨지 않습니다. 그래야 모든 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과 마음이 오고가는 진정한 태권도 수련과 태권도를 통한 인격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철 관장이 수련생의 얼굴막기 동작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

태권도장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규칙은 중요하다. 규칙이 지켜질 때 질서가 바로 잡힌다. 만약 규칙이 잘못됐다 싶으면 정당하게 규칙을 수정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순리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약속을 깨는 것이고 약속을 깨면 신뢰가 무너진다. 이렇게 무너진 신뢰는 좀처럼 다시 쌓기가 어렵다. 누구나 아는 진리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서로간의 편의에 의해 종종 무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장에서의 규칙이라면 과연 어떤 것들일까?’ 거창한 규칙들이 있나보다 추측했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것들이다.
△도복을 입지 않으면 수련장에 입장불가(지도자 포함) △도장에서는 절대 뛰지 않기 △도장에서 축구 등의 구기운동은 불가 △수업 시작 전 국기에 대한 맹세 △인사는 정해진 대로 빠짐없이.

다른 도장에서도 있을법한 규칙들이다. 하지만 경희대박사태권도장에서는 이 일반적인 규칙들이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련생들과의 약속에 대해서는 학부모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엄격히 지켰던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이 관장은 털어놓는다.

도장에서는 해마다 학교 졸업생들을 데리고 일출을 보러 가는 행사가 있는데 졸업생이 아닌 재학생이 같이 가고 싶어 했고 이는 당연히 관장의 설명과 함께 거절 됐다. 하지만 일출 보기를 간절히 희망했던 수련생의 학부모가 직접 찾아와 관장에게 부탁을 했고 안타깝지만 관장은 삼고초려를 모두 같은 내용의 대답으로 거절하고 결국 돌려보냈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과 1년 전부터 약속했던 내용입니다. 지켜주세요. 졸업할 때 같이 가면 됩니다. 이런 약속을 지키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교육이 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 이와 같은 습관은 인생을 좌우 할 수 도 있습니다.”

이런 정도면 간단히 ‘규칙을 지킨다’는 이 도장 교육철학이 어떠한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규칙 중 눈에 띄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도장이면 운동하는 곳인데 뛰지 말라니? 그러고 보니 수업이 아직 시작되기 전인데 도장에서 뛰는 아이들이 없다.

“뛰어 다닐 곳은 야외에 많이 있습니다. 도장에서는 태권도를 비롯해 실내에서의 적합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축구나 달리기는 실내에서 하다가 괜히 부상을 입을 수 있어요. 특히 태권도장에서는 인성도 교육하니 실내에서 뛰지 않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국기에 대한 맹세다. 수업이 시작되자 수련생들이 우레 같은 목소리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읊는다. 사실 요즘 도장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하는 풍경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항상 해왔던 일이라 아직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렇게 큰 목소리로 매일 외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아이들이 씩씩해집니다.”

경희대박사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수업시작전 국기에대한 맹세를 외치고 있다.

이 관장은 아직 30대지만 도장 운영 경력이 15년이나 된다. 25세 젊은 나이에 도장을 개관했다. 그동안 이 관장은 아이들 지도에 여념이 없었지만 스스로 멈춘 삶을 택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 작년에 박사과정까지 수료했고, 몇 해 전부터 대학 강의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이 관장의 수련생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항상 꿈을 가지라고 강조합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저도 강단에 서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이루었다고 아이들에게 얘기해 줍니다. 관장님도 했으니까 너희들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 기뻐요.”

올해 경희대박사태권도장의 슬로건은 ‘활기찬 마음과 행동’이다. 요즘 경기도 어렵고 부모들의 한숨소리가 도장까지 들려온다는데, 이 관장은 아이들이라도 활기차게 교육하면 가정에 큰 힘이 된다고 믿고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수련생과 학부모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