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7월. 올림픽에 채택되지 않은 종목들의 종합대회인 월드게임이 이곳 칼스루헤에서 열렸다. 당시 칼스루헤시가 주최하고 WTF(World Taekwondo Federation)의 김운용 총재님이 월드게임 조직위원회 회장님이셨다. 이에 태권도가 경기 종목으로 포함되어 우리 도장이 태권도 경기조직과 시범을 맡게 되었다.

곽금식 사범.

우선 시범단을 조직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였고 특히 한국선수단이 우리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동안 선수들이 타지에서 겪는 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사람과 의논하여 맛깔스러운 한국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배려를 했다. 당시 나는 한인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서 경기하는 날 선수들이 경기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김밥, 김치, 불고기와 같은 메뉴의 점심을 한인회 부인들께 특별히 부탁했다.

김순배 관장님을 단장으로 안종웅씨가 감독을 맡은 국가대표팀은 남녀선수단, 코치, 심판 모두 포함하여 약 30여명이었다. 체육관에 가슴에 태극기를 단 선수 및 임원들이 도착하였을 때 반갑고 기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들 또한 이곳에까지 와서 훌륭한 체육관을 짓고 태극기를 달고 태권도를 보급하는 나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권도 경기가 이루어지던 3일간은 8천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오이로파할레(Europahalle)의 좌석이 매진되었다. 매일 결승전을 앞두고 선보인 태권도 시범은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중계되었고 한국 선수단의 결승전 경기는 위력을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직위원회와 관중들의 평가를 통해 가장 성공적인 월드게임이었다고 언론에서 보도할 만큼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1991년 12월 21일. 연말연시의 조용한 틈을 타서 오스트리아의 휴양지로 가족 모두 휴가를 떠났다. 평소 체육관을 운영하느라 온가족이 열심히 일한 만큼 봄의 부활절, 여름 휴가기간, 그리고 연말에는 꼭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난다.

시설 좋고 음식이 유명한 롯플뤼(Rot-Fl?h)라는 호텔에 몇 년째 단골로 휴가를 가곤 했다. 그곳에서 낮에는 알프스 산에서 아이들과 스키를 타고 오후에는 수영도 하고 사우나도 즐기면서 가족과 시간을 가졌다. 휴가에서 재충전을 하고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 체육관 일에 매진했다.

휴가를 보내던 어느 날 저녁시간에 옆 식탁에 앉은 중년부부가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네왔다. 유렵사람들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을 주로 하는데 이날 역시 그 부부와 대화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어디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저는 한국 사람인데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저는 태권도 사범입니다.”
“아 그렇군요. 왠지 당신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부부는 내가 꼭 태권도를 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남편 되시는 분이 자기는 직업이 의사인데 대학시절에 1년 동안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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