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권도인들의 중앙도장 국기원이 완전 난장판이 됐다. 엄운규 원장의 업무복귀를 놓고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밀고 당겼다. 양측은 엄 원장 복귀여부가 마치 국기원과 태권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인 양 서로를 향해 칼날을 세웠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낱 자신들의 보신을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

지난 19일 양측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기원 일부 이사들은 엄 원장 복귀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또 다른 일부이사들은 복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심한 욕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양측은 난장판 속에서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양측의 싸움을 충동질해 국기원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장본인 엄 원장은 과연 업무에 복귀할 것인가.

지난 19일 국기원 엄운규 원장 복귀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진은 국기원직원들이 엄 원장 복귀를 반대하는 세력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엄 원장의 선택은?

엄 원장의 업무복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엄 원장도 복귀 여부를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권도인들은 엄 원장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엄 원장 측근들은 반드시 복귀할 것으로 믿고 있는 분위기다. 엄 원장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그의 의중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이러한 엇갈린 예상과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사람은 당연히 엄 원장 자신이다. 엄 원장으로서도 늦어도 이달(1월) 안에 업무복귀를 하든 안 하든 공식적인 입장을 보다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그게 태권도의 원로로서, 또 이제까지 국기원을 책임져온 수장으로서 갖춰야할 올바른 자세다. 국기원 사태를 지켜보는 모든 태권도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엄 원장 측근들의 말을 들어보면 엄 원장은 은근히 업무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 대한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측근들의 말만 믿고 섣불리 복귀했다가 서울시협회를 비롯한 반대세력의 퇴진운동 등 예상 이상의 저항을 받게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복귀할 경우

엄 원장은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국기원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칫하면 더욱 추한 모습으로 등을 떠밀려 국기원 문을 걸어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엄 원장이 측근들의 요청대로 공식적으로 업무에 복귀할 경우 복귀에 심혈을 기울여온 측근들과 그동안 일관되게 복귀를 반대해온 국기원 일부 이사, 서울시협회 등 반대세력과의 싸움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엄 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9월까지 국기원은 단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을 것이다. 자주 충돌이 일어나다보면 법적 송사가 이어지게 되고, 결국 태권도계 화합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국기원은 각 대륙연맹은 물론 국내 태권도계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갈수록 확대될 경우 국기원은 태권도계에서 왕따당할 수도 있다. 그 책임은 분규의 한복판에 있는 엄 원장이 져야한다.

정반대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엄 원장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업무에 복귀해 여론에 귀 기울이고 반대세력을 적극적으로 포용한다면, 이제까지의 대결구도를 화해무드로 변화시키고 진정 태권도 발전에 노력한다면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엄 원장이 업무에 복귀할 생각이라면 그러한 새 각오의 피력과 국기원 운영에 대한 비전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

복귀하지 않을 경우

엄 원장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할 경우 국기원 이사회가 새로운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새 이사장과 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 경우 과연 이사회가 어떤 인물을 선택할 것인지도 흥미로운 일이다.

현재의 국기원 이사들 모두 엄 원장이 위촉한 인사들이다. 아직도 엄 원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엄 원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이들이 다시 엄 원장을 이사장이든 원장이든 선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 엄 원장에게 있는 만큼 그러한 선출 결과는 또다시 현재와 같은 사태를 부르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해결방안은?

국기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정녕 없는 것일까. 태권도계 전체가 지혜를 모으면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여론이다. 현재 국기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는 승단(품) 심사와 지도자 교육, 심사 대상의 80%가 국내 수련생들이요 교육 대상의 99%가 국내 지도자들이다. 국내 태권도계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국기원으로서는 대한태권도협회(KTA)와 각 시도협회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KTA와 각 시도협회가 의견을 모아 국기원의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예상보다 쉽게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KTA 홍준표 회장이 한시적으로 이사장을 맡아 국기원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KTA가 홍 회장 취임 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례 없이 안정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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