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작은 도시 동두천. 중앙고는 그 도시에서 유일한 고등부 태권도팀을 가졌다. 지난 1985년에 창단돼 벌써 24년의 전통. 짧지 않은 역사지만 그다지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편이다. 그에 비례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2년까지 전국대회 에서 노메달. 매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메달이 없으면 도태되고 알려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동두천 중앙고가 처음 경사를 맞은 것은 2003년. 2002년 11월 코치가 바뀌고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전국대회 메달 맛을 만끽하고 있다. 덕분에 선수들의 대학 진학률도 높아졌다.

유창열(37) 코치는 부임 이후 작년까지 중앙중·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동시에 이끌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고등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처음 부임해 중·고등부를 같이 지도했습니다. 7년간 그렇게 생활했는데 작년에 중학교팀도 많이 성장하다 보니 대회 출전 등으로 고등부선수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역시 바로 결과로 나타나더군요. 작년에 전국대회 메달이 없었습니다.”

유창열 코치가 선수들의 발차기 동작을 수정해 주고 있다.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중학교 코치가 새로 부임해 이제 유 코치는 고등부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두천 중앙고 태권도부의 실력 향상에는 유 코치의 남다른 지도 방법에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수들 개개인의 훈련일지 작성이다. 훈련일지야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동두천 중앙고 선수들의 일지에 들어가는 내용은 다양하다. 훈련에 관한 세세한 느낌과 건의사항, 희망사항뿐만 아니라 그날그날 코치의 지적사항과 자신에 대한 반성까지도 꼼꼼히 써내려 간다.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선수는 선수대로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고 지도자는 선수들의 일지를 보면서 훈련상태뿐만 아니라 마음속 고민 등 선수들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고 대화하여 팀을 견고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선후배와 지도자간의 전체 토론 자리도 마련한다. 주제의 제한 없이 무슨 이야기라도 선후배, 동기, 그리고 지도자가 터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처음에는 발언을 많이 하지 않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런 지속적인 대화 분위기 때문인지 동두천 중앙고는 유독 선후배 간 격의가 없다. 유 코치는 “경기장에서 선후배 간에 서로 위로하고 다독여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고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얼핏 여리고 무른 지도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 운동시간에서는 유 코치는 스스로를 악당이라고 칭한다.

“운동 시간만큼은 ‘내가 악당이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은 집중해서 해야 됩니다. 태권도는 거친 스포츠라서 잠시라도 정신이 느슨해지면 바로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유 코치는 작은 부상에도 민감하다. 부상했던 선수가 다시 운동을 원해도 완치된 상태라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제자들이 웬만한 건 참고 견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을만하다고 어설프게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부상도 심해지고 실력 향상에도 도움 안 됩니다. 특히 아직 성장기인 만큼 부상은 완치하고 다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두천 중앙고 태권도부가 강원도 양양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구보를 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동두천 중앙고 태권도부가 유독 신경쓰는 것이 바로 내신성적이다. 유 코치는 시험기간에 선수들을 늦은 시간까지 직접 관리 감독한다. 스스로도 20대에 영국으로 어학공부를 2년간 떠났었던 유 코치는 학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선수가 특기생으로 대학에 갈 수 없는 형편인 현실 때문에라도 내신성적은 엄하게 관리한다.

어떤 지도자나 선수라도 경기와 학업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팀이 훌륭히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동두천 중앙고 태권도부는 마음뿐만 아니라 결과를 만들기 위한 실천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한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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