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밤낮으로 해결책을 찾으며 지면 위에 나만의 멋진 체육관 설계를 했다. 실내 수영장과 대도시의 헬스클럽을 방문하면서 짜임새 있는 체육관 구조 설계를 마친 후 우리는 전문 설계사 보이흘레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학교와 공공기관의 체육관 등 큰 건물을 설계한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설계사였다.

곽금식 사범.

내가 그려서 가져간 설계도를 보면서 고칠 것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물어보았다. 태권도장의 바닥과 벽, 천장은 나무로 탈의실과 샤워실은 타일로 재질을 결정하고 지붕, 전기, 배관, 난방, 계단, 창문 등은 전문회사에 견적서를 의뢰했다.

한달 후 견적서가 모두 나왔다. 지붕을 철거하고 다시 올리는 값이 10만 마르크, 난방 및 에어컨디셔너 장치가 10만 마르크, 전기보일러 및 샤워실, 화장실 등의 배관 및 재료비가 8만 마르크, 창문 전체가 6만 마르크, 나무, 타일 등 재건축 비용 전체가 80만 마르크가 나왔다. 건물을 사들이는 값 60만 마르크에 헬스기구 구입비 약 15만 마르크까지 더하면 총 165만 마르크가 필요한 터였다.

당시 이 금액은 원화로 환산하여 8억 3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어서 고민 끝에 설계사를 다시 찾아가 문의를 했다. 건축비가 부담되니 다른 회사를 통해 한 번 더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는지 문의하면서 재건축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손수 할 수 있는 일은 회사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물론 체육관에 도와줄 관원도 많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하겠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일들이어서 옆에서 일을 거들고 도움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비전문가인 내가 직접 손으로 하기에는 규모가 커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이로써 남은 문제는 자금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나는 설계사가 준비해 준 도면과 견적서류, 그리고 시 건축과에서 나온 건축허가서까지 준비하여 포르츠하임의 국민은행을 찾아갔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신용거래를 쌓아오면서 늘 상담을 해주던 직원이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은행직원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이 얼마인지 또 얼마를 융자할 계획인지 등을 물어보며 본점으로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였는데 곁에 지켜보고 있자니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한참 후에 은행 직원은 겸연쩍게 나타나 건물이 칼스루헤에 위치해 있으니 칼스루헤 지점으로 문의하라는 것이다. 직원은 칼스루헤 지점에서의 상담 시간과 상담할 직원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칼스루헤 은행과는 거래를 하지 않아 구면인 사람들도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약속한 시간에 집사람과 함께 은행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융자할 금액이 커서 은행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절을 당하고 나자 나보다는 그간 쓰지도 않고 꼬박꼬박 저축한 집사람의 충격이 컸다.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고민했지만 날이 밝아 와도 이렇다 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왈써 부인의 개인지도가 있는 날이었다. 운동 중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던 모양이다. 왈써 부인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았다.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지만 부인은 심상치 않은 눈치를 채신 모양인지 재차 다그쳐 물었다. 10년 이상이나 지도하면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인데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혼자서 속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처럼 잘 헤아려 주시는 부인에게 다 털어놓으니 속이 시원하기까지 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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