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관원 모집과 관원 관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놀이체육이나 학교체육을 병행하는 도장이 도장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좋은 도장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태권도 교육에만 몰두한 도장은 도태되기 쉽고 요즘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태권도 교육만을 고집하는 정통 도장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고수회일진태권도장은 태권도에 최대한 충실한 교육으로 관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장이다.

김윤상(39) 관장은 1997년 의정부시에 ‘일진태권도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도장을 오픈했다. 지금 도장의 색깔은 그때부터 형성, 유지되어 온 것이다. 도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하지만 김 관장의 고집스러운 주관은 굽혀지지 않았고 어렵게 도장을 이끌고 온 결과 지금은 넉넉하지는 않아도 도장을 운영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 특색 있는 도장인 만큼 처음부터 운동 열심히 하는 도장이라고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행여 가까운 곳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고 도장을 방문한 학부모들에게는 정중하게 도장의 특징을 설명해주고 놀이체육을 원하면 다른 체육관을 한번 보고 오라고 권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고 입관한 수련생들이 2~3개월 만에 퇴관하는 사례가 가끔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혹시라도 평생 태권도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더군요.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게 하기위해 입관 전에 도장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합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절차를 밟아 입관한 수련생들은 퇴관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의 수련생에도 초등학생 고학년이 많고 중고등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직접 품새 선수로 뛰고 있는 김 관장 자신과 선수부의 대회 입상 트로피가 도장 안에 수두룩하다.

김 관장은 현재 늦깎이 대학생이다. 그래도 2005년 한국체육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내년이면 졸업이다. 2001년부터 품새선수로 꾸준히 활약해왔다. 자신의 단련은 물론 수련생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도 게을리할 수가 없다.
 
수련생들은 선수부가 아니더라도 태권도 실력이 만만치 않다. 내색하지 않아도 자부심이 대단하고 타 도장에 대한 우월감도 어느 정도 엿보인다.

“다른 도장 친구들과 절대 비교하지 못하게 합니다.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 잘하는 것  뿐이니 항상 겸손하라고 강조합니다.”

태권도 실력 좋고 겸손한 것이 고수회일진도장의 특징. 그것뿐이 아니다. 김 관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성실한 학교생활이다.

이 도장에서는 선수부에 들어가려면 학교 성적 평균 85점이 넘어야만 한다. 선수가 되고나서 성적이 떨어진 경우 3회 경고가 주어지고 4회째는 영구 제명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전국대회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평균 90점을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선수부의 성적은 학교에서 최상위권이고 일반 수련생들도 선수부가 되기 위해서라도 태권도만큼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도장 규칙에는 김 관장의 교육관이 배어 있다. 태권도만 잘해서는 언젠가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지금은 둘을 병행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이런 규칙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따로 학습교육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수련시간 이외에 시간을 내서 학습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지도했었습니다. 그러다 지금과 같은 규칙이 생긴 겁니다.”

일선 도장에서 이런 규칙은 다소 가혹해 보일 수 있지만 김 관장은 단호하다. 규칙은 예외가 없다. 두 달에 한 번 있는 승급심사에도 탈락자가 많고, 그런 부분에 대해 학부모들도 수긍한다.

태권도를 잘 가르치고 학업 성적에도 신경써주며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하고. 김 관장에게 여태까지 걸어온 길에 후회란 없어 보인다. 어떤 대답이 나올 것인지 짐작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즘 일반적인 도장처럼 분위기를 바꿀 생각은 없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하하하! 지금은 바꾸고 싶어도 우리 관원들이 적응을 못할 거 같은데요? 주변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이젠 제 맘대로 바꾸지도 못합니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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