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태권도 선수로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의정부공고 태권도부원 한 사람이 남몰래 마음속으로 지도자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훌륭한 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이다음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돼겠다는 굳은 의지를 품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태권도를 수련하며 대학에 진학했다.

소년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은 2006년. 채 10년도 안 돼서 꿈을 현실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꿈을 키우던 모교 의정부공고 태권도부 코치로.

이제 지도자가 된 그는 또 다른 큰 꿈을 꾸고 있다. 다름아닌 의정부공고 태권도부를 최강팀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박채호(28) 코치는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생각은 벌써 내년 3월에 치러질 전국체전 예선전으로 가 있다. 고등학교 태권도부의 큰 목표 대회 중 하나는 바로 전국체전이다. 대학 진학에 대한 문제를 빼더라도 체전이 주는 의미 자체가 너무 크다.

모든 지역이 마찬가지겠지만, 경기도에서는 특히 전국체전 예선전이 치열하다. 더군다나 고교팀의 체전 경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박 코치가 의정부공고 태권도부 코치로 부임한지도 벌써 3년. 내년에는 반드시 전국체전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것이 지금 당장의 목표다. 그로 인해 그의 머리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의정부공고 태권도부는 1968년 동아리형태로 시작됐지만, 1997년 2월에 동문들의 후원으로 태권도 전용훈련장을 개관하면서 정식팀으로 창단됐다.

태권도부 동문의 노력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태권도부 동문들은 2007년 전용훈련장을 2층으로 증축했고, 태권도 전용기숙사와 헬스장까지 만들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끊임없이 격려해 주고, 어려운 부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태권도부를 위한 일이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드는 든든한 배경이다.

“동문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지금 의정부공고 태권도부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문 선배님들과 학생들이 하나로 뭉쳐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 태권도부의 장점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2006년에는 ‘제8회 5.18전국태권도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했고, ‘제18회 경희대총장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결실이다.

하지만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전 예선전만큼은 부담이 된다. 징크스라고까지 말할 건 없지만 체전에 출전해 본 지가 까마득하다.

“전국체전 예선전만 가면 이상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사실 걱정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만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 전념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번에는 보통 다짐이 아니다. 동문들의 격려와 후원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내년 전국체전 출전은 물론 다수의 입상도 노리고 있다.

젊은 지도자인 만큼 박 코치는 색다른 성격의 훈련도 병행한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의 단련을 위해 요가나 릴랙스 스트레칭 등을 하는가 하면, 대회 준비 중에는 사기를 높이고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이트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미한다.

“아이들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코치가 참 당돌하다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었어요. 하지만 믿어 주시는 동문 선배님들과 우리 태권도부만 생각할 겁니다.”

실제로 그는 당차고 생기 넘친다는 주변의 평을 듣고 있다. 의정부 토박이로 고교시절부터 꿈꿔온 의정부공고 태권도부 지도자가 된 박 코치에게 주위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지도할 여력은 아직 없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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