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에게 오장육부의 개념이 있다면 아마 전립선을 그 중 하나로 꼽을 것이다. 전립선은 그만큼 서양인에겐 익히 알려져 있고 또 중요하게 여겨지는 장기이다. 인체의 해부를 기피해왔던 동양사상의 그늘에서 우리에겐 특히나 그 정체가 오랫동안 감춰져왔던 전립선은 그야말로 우리 인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앞쪽으로는 치골의 보호를 받으며, 뒤쪽으로는 직장(대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항문 바로 위)을 배경으로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하면서 방광의 수문장 역할도 하고, 남성 정액의 액체 성분 가운데 3분의 1일 가량을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

어느 날 갑자기 여자의 몸 깊숙이 침투된 정자들에겐 난소를 찾아가는 여행이 험난하기 그지없다. 이때 전립선 액은 정자에게 영양을 공급하여 정자의 운동성을 높여주기도 하고 정자의 생존능력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는 등 남자의 생식능력을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전립선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그와 비슷한 환경이 조성될 때 남자만의 외로운 고민 전립선염은 시작된다.

최근 생활환경과 식생활 문화의 서구화로 각종 전립선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비뇨기과 외래 환자의 25%가 전립선염 환자이며, 자가 운전자의 75%가 전립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흔히 말하는 전립선염은 만성전립선염 증후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급,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과 비세균성 전립선염, 그리고 전립선통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이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마렵다 싶으면 아주 급해서 금방 쌀 것 같기도 하고, 한참 머뭇거리다 소변이 나오기도 하고, 소변을 본 뒤에도 뒤 끝이 시원치 않고, 아랫배나 회음부, 사타구니, 요도를 따라서 불쾌감이나 무딘 동통을 느낄 수 있고, 허리 아래쪽에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치 오줌소태라고도 불리는 여자들의 방광염만큼이나 흔하며 증상도 비슷하여 오래 시달리다보면 정신적 불안과 함께 신경증상까지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염은 성적인 활동이 왕성한 연령부터 중장년층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특히 의자에 오래 앉아서 생활하거나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 기관지염 환자에게 찬 공기, 탁한 공기, 담배 연기 등이 좋지 않듯이 전립선염 환자에게는 체중을 싣고 의자에 오래 앉아 있거나 소변을 오래 참는 것이 좋지 않다.

전립선염은 약물치료에 잘 낫지 않고 재발을 잘 한다. 그래서 간혹 환자들은 이런 간단한 병도 제대로 완치시키지 못한다고 의사들을 채근하지만 그리 쉽진 않다. 감기를 어찌 다시는 걸리지 않게 완치시킬 수 있겠는가. 기관지염에 자주 걸린다고 기관지를 떼어버릴 수 없듯이 생식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젊은 남자의 전립선을 전립선염 때문에 제거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립선염은 성병은 아니다. 하지만 임질 등 일부 성병과 비슷한 증상으로 인해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자기는 분명히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거꾸로 부인을 공연히 의심하여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병원에 와서야 오해를 풀고 멋쩍어 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할 땐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오래 앉아 있는 등 하복부의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은 피하고 따뜻한 물로 좌욕을 자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람의 몸도 어디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오랫동안의 금욕보다는 주기적인 성생활을 통해 전립선 액이 오래 고여 있지 않게 해야 한다. 과음이나 자극성이 강한 식품, 향료가 많이 섞인 인스턴트 식품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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