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6.20 목 08:41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이범주 사범의 병상일기
  • 故 이범주 사범
  • 승인 2008.11.20 19:28
  • 호수 616
  • 댓글 3

벨기에 태권도 보급에 평생을 바친 이범주 사범이 올림픽 열기로 뜨겁던 지난 8월 19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0세. 고(故) 이 사범은 갑작스러운 암 통고를 받고 병원에서 투병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태권도신문은 이 사범이 남긴 병상 기록의 일부를 발췌, 공개해 고인의 태권도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편집자 주]

故 이범주 사범.

2008년 7월 16일

암이라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고 병상기록을 사랑하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그날그날 일어난 일과 느낀 것을 추가하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위의 아랫부분과 창자 입구에 붙은 작은 암세포를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검사결과를 통보받고 여행 취소와 수술 상의로 일정이 변했습니다. 종합신체검사는 군 시절과 1974년 출국 시 받은 이후 처음. 검사 결과가 충격적이라 그날 저녁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일주일간 모로코 여행을 함께하기 위해 같이 온 마누라도 말을 못하고 서로 눈 마주치는 것을 애써 피하면서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것 이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책에서 읽은 '고통은 순간이지만 포기는 영원한 낙오자’라는 글을 수백 번 되새기며 견디어 보지만 참기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술, 담배는 물론이요 고기, 커피, 계란 등 몸에 안 좋은 것이라면 금물을 생활신조로 삼고, 매일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며 살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혀 증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가끔 피로가 쌓여 휴식이 필요했었고 특히 금년 1월에는 아프리카 모로코를 시작으로, 터키의 유럽올림픽 선발전, 로스엔젤레스, 라스베가스, 디트로이트, 방콕의 품새심판 강습회, 베이징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거쳐 한국에 왔을 때 대변의 이상 징후를 느꼈지만 만국의 음식을 섭취하고 다니니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평가절하하고 병원검사에 전혀 관심없는 무식함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의사에게 발생시기를 문의하니 1,2년 정도라는 답에 지난 1,2년간의 생활을 뒤돌아보며 원인을 요리조리 따져보기도 합니다.

위암이라니 섭취한 음식의 위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여러 사람이 같이하는 뷔페식당, 길가다 식욕 당겨 주섬주섬 거리던 길거리 음식 등 모든 것을 되새겨보며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보지만 눈에 띄는 증거를 찾을 수 없는데, 스트레스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충고를 감안한다면, 오해와 갈등으로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중략)

암에 대한 대책은 예방 밖에 없습니다. 하나도 예방이요, 열도 백도 예방입니다. 일단 신체적인 이상이 발견되면 자신의 경제활동은 그 시간으로 올 스톱되고 가족은 물론 주위사람들은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이 글을 읽는 대로 당장 MRA 검사로 위 내부를 초정밀검사하시고 피검사도 해보시기를 강력히 주문합니다.(중략)

월남 전쟁터에서 일선 전투병으로도, 벨기에, 노르웨이, 덴마크에서 세 번의 대형 교통사고에서도, 맨손으로 세계를 아랫집처럼 다니면서도 생존했는데 이런 것 못 이기겠냐며 병실 침대를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은 심정 밖에 없습니다. 지난 35년간의 혁혁한 전투 경험은 무용지물이 돼 일선 전투는 손자병법에도 없는 의사와 병이 도맡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분이 한 시간 같이 느껴지는 고통스런 정신적 육체적 싸움을 견디어 내는 일 밖에 없습니다.(중략)

오늘은 고국의 형제로부터 암에 도움이 된다는 여러 가지 선물이 왔습니다. 암에 좋다는 약초, 손발을 녹여준다는 물주머니, 고국냄새 물씬 나는 토속된장,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것은 어머니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97세의 나이에도 당당히 살아계시는데 자식이 아프다고 누워 있다는 것은 불효 중의 불효가 아니겠습니까. 어머니 사진을 보고 굳게 맹세합니다. “어머니, 이 아들 범주가 병마에서 기필코 승리하여 제일 먼저 어머님께 인사하러 가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병실에 누워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같이 지나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진전 상황을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브뤼셀 병원에서 이범주

故 이범주 사범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
전체보기
  • 2014-05-31 08:31:03

    사범님.. 진작알았어야했는데 이렇게 뒤늦게 알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병상일기 원본 내용을 좀더 알수 없나요?   삭제

    • 2012-12-08 15:17:41

      사범님....   삭제

      • 임성근 2008-11-24 14:25:58

        벨기에 이범주사범님 지인을 통해 소개받고 몇번 만나보진 않았지만 태권도 발전을위해 보통사람들과 틀리게 사명감을가지고 태권도보급은 물론 세계태권도연맹발전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신 분 이었는데 병상일기를 보고는 너무도 놀랍고 아쉽네요. 1년전쯤 올림픽파크텔커피숍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태권도 발전에대해 목에 핏줄을 보이며 열변을 토하던 그모습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삭제

        여백
        여백
        최신댓글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