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법정법인의 정관과 규정을 승인받지 못하는 속사정은?
국기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정관개정안을 승인받지 못해 법정법인 등재가 늦어지고 있다.
태권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2007년 11월22일)되고도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국기원은 정관개정 승인 부처인 문체부와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이 정관개정 절차에만 1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태권도계의 거센 비판은 정관개정 승인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국기원의 무능과 원장의 오랜 공백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기원은 개정된 정관에 의해 새로이 원장을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국기원 이사회에서조차도 정리가 안 된 정관개정 문제를 어느 세월에 매듭지어 문체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그 규정에 따라 원장을 선출하겠다는 것인지, 태권도인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엄운규 원장이 사표를 낸 지도 벌써 다섯 달이 다 돼가고 있다. 정관개정을 승인받은 뒤 원장을 선출하겠다는 국기원의 입장은 새로운 원장을 맞이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체부는 여전히 국기원이 내놓은 정관개정안에 대해 승인을 거부하고 있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태다. 기약할 수 없는 정관개정 승인만 쳐다보다가는 원장 선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벌써 새로운 원장을 선출했어야 했다. 이는 사표를 낸 엄 원장을 서운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새로운 원장을 선출해 그 원장을 중심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면 문체부가 벌써 정관개정을 승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금의 상태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을 예상이나 한 듯 현 국기원 규약은 이사 3/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이사회 소집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원장이 없으니 이사회를 소집할 수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이사들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규약을 통과시킨 것이다.
운영이사회가 있지만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근임원들 중심으로 국기원이 돌아가게 돼 있어 사무처 회의나 다름없었다. 최근 국기원의 상황을 보면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이러니 국기원을 세계태권도본부로 인정하지 않고 서울시협회는 물론 여기저기서 국기원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도 국기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관을 개정할 때까지 승인해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다. 문체부의 요구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현 임원은 무조건 그 직위를 승계한다는 약속을 깨려함은 물론 대뜸 이사들 전체의 사표를 요구할 만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새로인 선임될 이사장과 원장의 이름을 함부로 거명하는가 하면 부원장과 총무이사직도 없애라는 등 월권의 도가 지나칠 정도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기원 이사회가 원로회로 착각될 정도로 원로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까지 했다는 소문이다.
이는 국기원이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문체부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 국기원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태권도특별법은 국회 본회의 의결 후 15일 이내 정부에 이송되어 대통령이 공포하고, 법률안 부칙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국기원과 문체부 모두 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가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처음 약속한 국기원의 현 임원 승계 약속을 먼저 깨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선 여기저기서 떠도는 소문과 특정 계파의 소리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기원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기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도 문체부의 지나친 관여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한다.
국기원 일각에서는 정관개정안을 승인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이사장과 원장으로 선임되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벌자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연 국기원이 세계태권도본부로서의 권위를 되찾고 맡은 바 사명을 다할 수 있을지, 작금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끝]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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