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하루에 4-5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도 젊었을 때 나폴레옹의 전기에서 이러한 글을 읽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한 적이 있지만 낮에 너무 졸려서 포기하였다.

사람들 중에는 본래 잠이 많은 사람이 있고 잠을 적게 자는 사람도 있다. 단기 수면자는 일반적으로 능률적이며, 야망이 많고 자신에 대하여 만족해하는 반면 장기 수면자는 다소 우울해 하며 분노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타고난 체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꾸어지지는 않는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

수면의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다음과 같은 이론들이 주장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수면의 기능은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것을 회복시켜 주는 기능이다. 수면은 낮 동안에 쌓인 신체 근육의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기능을 하며 단백질 합성을 증가하여 뇌의 소모된 기능을 회복시킨다. 또한 체온을 내려 생채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저장시킨다.

수면은 낮 동안에 학습된 정보를 재정리하여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재학습하고 기억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수면은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들을 꿈과 정보처리를 통해 정화시켜 아침에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간추리면 수면은 낮 시간에 쌓여진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를 풀게 하고 다음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능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잠을 푹 자고 나면 정신이 맑고 개운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잠을 얼마나 깊게 자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수면은 안구운동의 급속 여부에 따라 급속 안구운동 수면(REM sleep)과 비급속 안구운동 수면(NREM sleep)으로 나눈다. 급속 안구운동 수면은 잠이 든 지 90분 뒤에 나타나고 그 후 90-100분마다 반복해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며 이때 주로 꿈을 꾸게 된다. 비급속 안구 운동 수면은 그 깊이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눈다. 우리가 잠을 많이 자도 푹 자지 못한 느낌이 드는 것은 깊은 단계의 비급속 안구운동 수면을 취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면 어떻게 될까? 잠을 못 자면 자꾸 졸립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끼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 더 나아가 수면을 오랫동안 박탈하면 자아가 해체되어 환각, 망상까지 나타나는 정신병적 상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박탈은 고문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인체는 외적인 단서가 없으면 자연적으로 25시간 주기를 따른다고 한다. 그러나 낮과 밤의 명암 주기, 일상적인 활동, 식사 시간 등과 같은 외적인 단서들의 영향을 받아 24시간의 주기를 따른다. 수면도 이러한 24시간 주기의 영향을 받아 하루에 한 번씩 밤에 수면을 취한다. 이러한 수면-각성 주기는 처음 태어날 때는 존재하지 않지만 생후 2년이 지나면 발달하기 시작한다.

야간에 근무하는 교대 근무자들이나 장거리 비행을 한 여행자들은 이러한 수면-각성 주기가 깨져 낮 시간에 졸립고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작업능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잠을 충분한 시간 깊게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는 것도 필요하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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