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월, 나는 오래전부터 펜팔로 사귀어 온 여성과 약혼하기로 했다. 외지에서 체육관을 한답시고 바쁘게만 생활해 온 나에게 늘 마음의 위로와 용기를 준 그녀는 아직 얼굴 한번 본적이 없는 상태였지만 이 사람이면 나와 평생 생사고락을 같이 해도 되겠다는 느낌에 무조건 귀국을 감행했다.

곽금식 사범.

신영진, 그동안 많은 사연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믿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이 어떻게 생겼든 인상이 좋건 나쁘건 그런 것은 문제될 것이 아니었다. 설마 나보다 못할까? 혹은 그녀가 못생긴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김포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그녀는 다름 아닌 나의 고향 친구 성환이의 처제가 아닌가. 몇 년 전 처음 휴가를 왔을 때 친구와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나의 펜팔 상대였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알고 있어서 내가 했던 고민은 일단 해결이 되었다. 친구의 부인을 비롯하여 그녀의 집안도 대강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안심이 되었다.

그녀를 대구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우선 어머님께 소개한 후 흔쾌히 혼인 승낙을 받았다. 부산 처갓집을 방문해서도 생각보다 쉽게 승낙을 받아 혼인 날짜를 잡고 조그만 식당을 빌려 양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간소하게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1977년 7월 17일 집사람이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던 날,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뜨고 기다리는 초조함에 잠을 설치곤 하였다. 과연 무사히 도착할까? 나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도착 후 허기를 느낄 그녀를 위해 쌀을 담그고 해보지도 않은 불고기 양념을 재어 놓고는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공항청사 안에 위치한 꽃집에서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사서 승객들이 빠져 나오는 출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 사람들이 다 빠져 나오는데도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비행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안으로 들어가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문 앞에서 서성대는 순간 자동문이 열리며 그녀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가방을 늦게 찾은 바람에 무척이나 기다린 모양이었는데 어쨌든 무사히 잘 도착했으니 다행이었다. 이후 방이 두 칸인 포르츠하임 아파트에 도착하여 현지생활의 이런저런 이야기, 한국 양가의 가족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밤을 지새웠다.

부산에서 약혼식을 하고 달성군 논공면에서 혼인신고를 하였으니 우리는 부부였다. 집사람의 비자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집사람이라고 소개시켜 주어도 어색함이 없었다.

가급적 체육관에 자주 나와서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고 내가 하는 일을 조금씩 가르쳐주기 위해 체육관 일을 나누어서 하기 시작했는데 그녀 역시 체육관 일을 반기고 있었다.

우선 독일 사람들과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독일어 수업이 필요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내가 체득한 방법을 집사람에게 권유하였다. 집사람은 정기적으로 독일어 학원에 다니면서 체육관 일도 차츰 익히게 되었다.

국내에서 영문 타이피스트 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독일로 오기 전까지 선박회사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체육관의 사설업무는 급속도로 인계해 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나는 체육관 홍보를 위해 할애할 시간적 여유가 늘어났다. 곧 시의 큰 홀을 빌려 태권도 시범대회, 선수권대회 등을 조직하였고 지방 언론을 초청하여 체육관을 언론을 통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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