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기원은 ‘세계태권도 한마당’ 대회를 해외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16년 만에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선 ‘세계태권도 한마당’을 환영해준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에서도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LA에서 ‘세계태권도 한마당’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미국을 해외 첫 한마당 대회 장소로 결정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태권도가 올림픽무대에 입성한 이후 갈수록 스포츠로만 인식되어가고 있어, 무도적인 측면과 다양한 태권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인사범들과 수련생들을 보유한 미국이 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흩어져 있는 한인사범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필요한 명분이 되기도 했다. 수년전 한인사범들이 중심이 돼 이끌어왔던 미국태권도연맹(USTU·미국올림픽위원회 공식 승인 단체)의 운영권을 내부갈등으로 인해 고스란히 현지인들에게 넘겼다. 이후 한인사범들은 미국태권도연맹 운영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였다. 이렇게 되자 한인사범들은 저마다 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체들을 형성하려들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한마당 대회가 이들의 힘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다고 판단됐다.
이러한 기대를 품고 있던 미국의 한인사범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사범들은 미국에서 치러질 한마당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LA에서 처음 열리는 해외의 한마당 대회 성공 여부가 바로 각국의 대회유치가능성을 재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기원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격년 단위로 한마당 대회를 해외에서 치르자는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개최 이후 국기원의 지원이 미약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한마당 대회를 유치하려는 국가는 찾기 어렵게 되었다. 이탈리아 박영길 사범이 유치의사를 내비쳤지만 언제든지 포기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개최한 한마당 대회의 진행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내용과 규모면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문제가 된 것은 국기원의 지원이었다. 예산지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조직위원회가 흡족할 정도로 넉넉한 예산을 지원한 것도 아니지만.
게다가 국기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원장과 부원장, 사무처장 등 핵심인사가 모두 불참했다. 주인의식이 전혀 없었다는 비판을 받는 핵심적 이유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를 납득할 태권도인들은 거의 없다.
태권도인들도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 경쟁하듯 해왔던 국기원 임원들이 왜 유독 미국에서 열린 한마당 대회에는 참가를 기피했는지 도저히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마당 대회의 미국 유치를 지지한 임원과 대회를 주관한 핵심 인사에 대한 평소의 껄끄러운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또 원장이 사표를 낸 이후 국기원의 권력이 뜻하지 않는 세력에게로 이동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문제의 인사들이 한마당 대회에 참가한 틈을 타 관계기관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느라 불참했다는 여론도 돌았다. 실제로 국기원 이사들의 업무복귀 요청과 면담도 거부했던 원장이 그 기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났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봐도 국기원 핵심인사들의 한마당 대회 불참에는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LA 한국문화원도 국기원이 보여준 행태에 납득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입상자들에게 수여할 메달가격이 너무 비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기원이 한마당 대회에 사용할 메달을 모 업체에 주문제작한 가격은 개당 6,100원. 국기원이 선정한 업체의 가격이 다른 업체에 비해 턱없이 비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기원 이근창 사무처장은 “한마당 입상자들에게 수여할 메달로 왜 그렇게 비싼 것을 선택했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메달의 크기와 무게, 디자인 등 가격이 다른 업체에 비해 전혀 높지가 않다. 게다가 메달을 제작한 업체가 선적 비용과 운송비 일체를 부담했다”며 특정업체 특혜의혹을 전면으로 부인했다.
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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