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전국체전.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전자호구였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용되는 전자호구가 전국규모 대회 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전국체전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것인가에 모든 태권도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결과는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자는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유는 전자호구가 도입된 근본적인 이유-즉, 선수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에 부합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전자호구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지적됐던 기술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호구와 기록기 간의 송수신이 끊긴다거나, 전자호구 자체에 오류가 생겨 경기 진행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전자호구의 기술적 발전 및 보완은 앞으로도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우선 전자호구 자체의 결함은 없었다는 점에서 전자호구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호구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전자호구의 득점이 이른바 ‘정통’ 태권도의 기술에 의한 득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흔히 말하는 ‘대포소리’가 나는 등 누가 봐도 득점이라고 보이는데 점수가 올라가지 않거나, 공격행위가 아닌 방어적 행위 중에 선수간 접촉에 의해 센서가 반응해서 득점이 되는 경우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힘과 기술을 정확하게 표현해서 점수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의 전자호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별, 체급별로 전자호구의 강도가 다르게 지정되어 정해진 기준을 넘겼을 때만 득점이 되도록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작을 해두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입장에서는 그 강도에 따른 득점을 신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호구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도 전자호구가 사용되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까지 반대하는 경우는 적었다. ‘전자호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전자호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자호구에 보이는 불만사항들에 대한 개선은 누가 해야 하는가. 1차적으로는 전자호구 개발업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앞으로 태권도 경기의 형태를 바꿀 수도 있는 전자호구의 개선을 ‘비태권도인’들에게만 맡길 수 있을까. 심판판정을 100% 신뢰할 수 없기에 기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태권도인들 스스로였다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자호구의 개선은 태권도인들 모두가 나서야 하는 문제다.

또 하나, 소위 ‘정통’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종래의 ‘대포소리’ 자체가 실은 종전의 호구 위에서 정타라기보다는 청각에만 요란한 ‘공포탄’으로 이미 태권도의 정통 공격이 왜곡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해 없이는 새로운 장비의 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자호구에 대한 이견은 기술적인 문제에서보다는 심리적, 이해력의 문제에서 더 크게 기인되고 있는 것이다.

지적되고 있는 전자호구의 문제점들은 관계 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 개선에 나서야 하겠지만, 동시에 태권도인들 전체가 그 취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만 해결될 사항들이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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