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독설과 비판, 목표 향한 저돌적 대시
‘올림픽 금메달 제조기’ 삼성에스원 김세혁(54) 감독이 벌써 2012년 런던올림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세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다섯 개(2000년 여-67kg 이선희, 남+80kg 김경훈, 2004년 여-57kg 장지원, 남+80kg 문대성, 2008년 남-58kg 손태진)를 따내는 성과를 거두고도 아직 금메달 허기가 가시지 않았나 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그리고 소속팀 제자 손태진(남·-68kg)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눈물을 흘렸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김 감독은 실업팀, 또는 대표팀 지도자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달려왔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수는 모두 아홉 개. 이중 다섯 개가 김 감독의 삼성에스원 소속 선수들이 획득한 것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직접 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다. 한 팀의 지도자가 세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다섯 개를 따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세계 태권도 경기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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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혁 감독. |
태권도 지도자 김세혁은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만큼이나 존경을 받고 있을까?
이 물음에 일부 지도자들은 한마디로 “존경할 수 없다”고 답한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투와 끊임없는 욕심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지도자들을 질리게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김 감독은 실력 있는 지도자다. 말만 좀 가려서하면 얼마든지 태권도계에서 인정받을 텐데… 그 입이 문제다”라고.
분명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에게도 할 말이 많다.
“내 소신을 밝히고, 문제점을 비판하는 게 잘못인가. 그렇다면 평생 입을 다물고 살란 말인가. 욕심이 많다고 참…. 지도자에게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오히려 김세혁이 밉다고 우리 팀에 선수들을 보내지 않는 대학팀도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 선수들을 영입했고, 이번(2008 베이징올림픽)에 그들 중 하나인 손태진(2007년 경북체고 졸업)이 금메달을 땄다.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반박했다.
김 감독은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 획득에서부터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까지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일까. 평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던 그가 손태진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어린 선수가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감독님, 고맙습니다’ 하며 내 품에 안기는데 그동안 고생하고, 서러웠던 생각이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베이징올림픽 국내 선발전 과정에서 손태진은 이중등록선수라며 민원이 제기되는 등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김 감독이 심판들에게 선물한 갈비세트도 엄청난 성토 대상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따낸 손태진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그동안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서러움을 날려버렸다.
손태진이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그는 “고맙다, 태진아. 잘 했다. 정말 잘 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이런저런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달려온 결과 김 감독은 겹경사를 맞았다. 올림픽(500점)과 세계선수권대회(200점)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세운 공적을 인정받아 체육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을 수 있는 점수(1,000점이 필요하나 김 감독은 이미 1,200점 확보)를 훨씬 넘겼고, 또 소속 팀 삼성에스원에 금메달 다섯 개를 안겨준 공로로 상무이사로 진급한 것이다.
김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태권도에 입문했다. 당시 태권도 빨간 띠의 동네 선배에게 맞고 태권도로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1년 6개월 만에 빨간 띠를 따낸 소년 김세혁은 자신을 때렸던 선배와 대결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그가 이미 이사를 가 승부는 가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랬던 태권 소년이 지금 태권도 종주국 최고의 감독이자, 삼성그룹 상무이사로 승진한 것이다.
그는 아직 올림픽 금메달 행진을 멈출 생각이 없다.
벌써 ‘2012년 런던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훈련계획을 세웠고, 2012년에 가장 전성기를 구가할 선수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종주국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이후 각국 선수들의 기량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이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저마다 철저한 프로그램에 의해 훈련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각국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크게 의식할 일이 아니다. 우리(한국대표팀)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그는 그러나 태권도협회의 올림픽 준비자세에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 놓았다.
“왜 협회가 선수촌을 그냥 놀리는지 모르겠다. 전용훈련장을 만들어 놓고 훈련을 안 한다. 다른 종목들은 선수촌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태권도는 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있는 날짜가 150일로 줄어들었다. 다른 종목은 210일, 230일 이러는데 태권도는 겨우…. 태권도에 쓰여야할 예산이 다른 종목으로 흩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왜 협회가 전임코치제도를 도입하지 않는지 납득할 수 없다. 전임코치로 임명하면 선수촌에서 매달 330만 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협회가 조금만 지원하면 된다. 태권도 종주국에 전임코치가 없다니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지금 모처럼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선수 스카우트도 코치들에게 맡기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움츠림일까. 협회에서 전임코치 제안이 오면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로 답을 대신했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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