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홍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지난 27일 서울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열린 ‘K-1 월드 GP2008 서울’ 대회에서 최홍만이 바다 하리(24·모로코)에게 기권패했다.

지난해 12월 세계최강 예밀리야넨코 효도르와의 종합격투기대결 이후 군 입대 및 면제, 뇌종양 수술 등의 문제로 링을 떠나있던 최홍만은 K-1 2008년 헤비급 챔피언이기도 한 바다 하리를 맞아 2라운드에 한차례 다운까지 뺏는 등 선전했으나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바다 하리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1 2008 서울대회에서 바다 하리가 최홍만의 몸통을 공격하고 있다.

3라운드까지의 결과에서는 2명의 심판이 무승부를, 1명의 심판이 최홍만의 우세를 선언했다. 경기 규정에 따라 연장전에 돌입할 상황이었는데, 최홍만 측에서 기권을 선언하며 경기가 종료됐다. 바다 하리의 힘이 실린 펀치와 미들킥이 수차례 최홍만의 오른쪽 옆구리에 적중했고 최홍만의 부상은 경기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전 전망에서도 현재 K-1에서 가장 공격적인 스타일을 가진 선수의 하나로 꼽히는 강타자 바다 하리는 최홍만에게 어려운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 태권도 대표? 박용수 망신

K-1에서 태권도를 대표하는 선수로 꼽히는 박용수(27)는 투포환 한국국가대표 출신인 랜디 김(김재일·33)을 상대로 졸전을 펼친 끝에 KO패했다. 2라운드 스탠딩 다운 상태에서 심판의 카운트에 대해 경기 진행 의사를 보이지 못했고 심판이 경기 중단을 선언한 것.

승패를 떠나 박용수가 보여준 모습은 태권도의 대표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면이 많았다.

태권도를 떠나 격투기 무대에 진출한 만큼 태권도에서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격투기 무대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 당연한 준비라고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박용수는 겉모습부터 격투기를 준비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허약하게 보였다. 경기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투포환 선수출신인 랜디 김은 미국 전지훈련 등을 통해 기초체력과 완력을 단단하게 다지고 기본기를 익혀 지난번 경기 승리에 이어 2연승을 이어가며 주목을 받았다.

● K-1, 구색 맞추기 태권도?

K-1은 한국의 격투기 붐을 타고 2004년부터 서울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한국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인 태권도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 태권도계에서 선뜻 K-1에 협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K-1은 최근 IOC위원이 된 문대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온바 있다.

서울 대회를 할 때면 거의 항상 태권도 시범을 중간에 포함시켜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정식 선수 출신인 박용수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K-1에 태권도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태권도 룰로 훈련된 선수들이 K-1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류 태권도선수가 K-1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격투기 열기가 남아있는 한국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태권도가 좋은 무기인 것도 사실이다. 태권도계로서는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K-1측에서는 항의형식이든 아니든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 태권도계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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