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더운 8월이라는 계절 탓도 있었겠지만 도장 안이 열기로 후끈하다.

주 수련생이 10살 이하의 유소년층이라는 이유도 있고 해서 예전처럼 태권도를 ‘힘들게’ 가르치는 도장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흡사 시간을 한 20년쯤 뒤로 돌려놓은 것 같다. 사범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련생들의 눈이 흡사 올림픽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진지하다. 전주 삼천동 라이온 태권도장이다.

류근무 관장

관장이 누군지 알게 되면 태권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2004년 아테네의 영웅 문대성의 라이벌로 국가대표 선발 마지막까지 승부를 겨뤘던 류근무(32) 선수가 바로 라이온 태권도장의 관장이다.

류 관장의 선수로서의 경력은 누구 못지 않게 화려하다.

199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여러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2003년 전국체전에서는 문대성을 꺾고 우승하는 등 문대성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선수가 바로 류 관장이다.

문대성에게 아쉽게 올림픽 출전권을 내주었고 그 문대성 선수가 태권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아쉬울 만도 하지만 류 관장의 생각은 다르다.

“ ‘내가 나갔더라면 더 잘했을 것’이라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성이기 때문에 올림픽 결승에서 그렇게 멋진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동갑 친구 문대성에 대한 칭찬에 전혀 인색함이 없다.

선수 시절 류 관장은 수 차례 시련을 겪기도 했다. 발목과 무릎 등의 부상으로 1년 이상 선수생활을 쉬기도 했고 웰터급에서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부담도 많았다.

류 관장은 자신이 힘들어 했던 시절 지도자로서, 스승으로서 큰 힘이 되어준 사람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박종만 감독을 잊지 못한다. 선수 생활을 거의 포기할 뻔 했던 류 관장을 일으켜 세우고 마지막까지 선수로서 불꽃을 테울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님에 대해서는 한 두 마디로 그 고마움을 다 표현 할 수가 없지요. 제 멘토와 같은 분입니다.”

선수생활을 포함해서 주무로서도 활동했던 한국가스공사는 류 관장에게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최정상급 태권도선수로 활약했던 류 관장이 태권도장 지도자로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06년 11월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1월 11일 1시에 정식 도장개관을 했다. 그리고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류 관장의 도장운영 성적은 금메달 감이다.

그런데 힘들게 태권도만 가르치는 도장에 관원이 많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태권도 정신만 있으면 다 통한다고 봅니다. 다른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던 아이들이 우리도장에서 와서는 ‘태권도가 힘든 것, 처음 알았어요.’ 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도장운영방법 같은 것을 특별하게 공부한 것은 아니다. 있다면 2002년과 2006년 미국에서 사범생활을 했던 것이 전부다.

“미국에서 외국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은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정말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사실 태권도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류 관장이다. 류 관장은 지금도 현역선수다. 작년에는 전주시청소속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그 나이에, 후배들도 있는데 선수로 나오는 것을 비아냥대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류 관장이 대회에 나오는 것은 태권도 선수로서 계속 현역이고 싶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는 제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기에 나가면 후배들에게 지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선수로서 어떤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저에게는 즐겁고 소중한 일입니다.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서도 선수로 뛰고 싶습니다.”

우리 태권도계에는 태권도인은 많지만 태권도를 꾸준히 수련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 관장 같은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태권도를 지켜주는 것이 고맙다.

'관장님’이 도복을 입고 수련을 하고 경기에 나가는데 그 소속 관원들이 어떻게 태권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 라이온 태권도장에 수련생이 몰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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