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관계자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다. 더운 날씨에 수고들 많았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힘이 많이 들지만 결과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칠 수 있는 법이다.

최창신 상임고문.

이번 대회에서도 아쉬운 점이 군데군데 모습을 보였다. 이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애쓴 관계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거니와 ‘사또 행차 뒤 나팔부는 격’이어서 덮어 두기로 하자. 다만 다음 대회를 위해서 기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그건 국기원 자체의 문제이다. 비록 행사가 LA에서 펼쳐졌고 미국에 대회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한마당 대회’는 누가 뭐래도 국기원이 주인이고 국기원이 개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두 가지의 잘못된 점이 눈에 거슬렸다.

첫째는 국기원과 조직위원회가 사전에 충분한 손발 맞추기를 하지 못한 점이다. 국기원은 대회 개막 며칠 전에야 실무자 약간 명을 파견했다. 그러고도 대회가 원만히 펼쳐지기를 바랐던가.

직접적인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똑같은 구조를 가진 월드컵축구대회의 준비과정과 대비해 볼 때 너무도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회 조직위원회는 사전에 수십 차례의 회의를 갖고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 논의를 하며 FIFA는 중간 중간에 전문가들을 파견, 철저한 점검을 실시한다.

이렇게는 못할망정 최소한 국기원과 조직위원회 간의 업무분장이라도 제대로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장면을 가끔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국기원 지도부의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당초 상임이사회에서 임원 및 국기원을 대표해서 원장이, 실무진을 대표해서 사무처장이 참가하기로 결정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LA에 가지 않았다. 이유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무처장은 그렇다 하더라도 원장은 불참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부원장도 보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매년 3,4차례씩 해외에 파견하는 시범단도 이 대회에는 보내지 않았다. 무슨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뭐라 하든 설득력이 약할 것이다. ‘태권도 한마당’은 국기원의 사업 중 가장 큰 행사이다. 거기에 시범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마치 훈련이 잘 된 군의 주력부대를 전쟁이 나자 모두 휴가 보낸 조치에 비유할 수 있겠다.

LA에서의 대회 기간에 이탈리아협회를 대표하여 참석했던 박영길 사범이 해외에서 열리는 다음 대회를 유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각 나라 선수단의 박수를 받았다. 좋은 일이다.

문제는 또 국기원이다. 필요한 합법적 절차를 밟아 하루빨리 개최지를 확정지어야 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서두를 것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대회의 경우에는 개최 6년 전에 장소가 결정된다. 개최지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그만큼 준비하는 데 여유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개최지를 결정하고 나면 대회의 기본골격을 확정하는 ‘일반 협정’을 채결해야 한다. 그리고는 모든 분야의 업무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되는 것이다.

이제는 좀 밝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대회의 성공을 위해 여러 기관 단체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그 중에도 단연 금메달감은 LA 한국문화원. 대회의 질이 높아지고 태권도 보급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종주국 선수들이 보다 많이 참가하는 게 좋다는 판단 아래 참신한 아이디어를 채택, 강하게 밀어붙였다.

한국의 7개 대학을 대상으로 선수단의 미국 내 체재비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민박제도를 도입했던 것이다. 이를 성공시키려고 5천만원의 예산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문화원의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많은 한국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게 되었고 각 대학에 분산되어 있는 김정환 5단 등 국기원 시범단원 10여명도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역시 종주국 선수들이 다르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심어줄 수 있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화원의 도움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국기원 시범단이 불참한 것은 앞에서 지적한 바 있거니와 이 공백을 메워준 미담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일개 대학팀 인솔자로 대회에 참가했던 이규형(李奎珩) 사범은 현지에서 각 대학선수들을 모아 임시로 대표시범단을 구성, 3일 동안 프로그램을 짜고 연습시켜 개막식 행사 때 멋지고 수준높은 시범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평소 실력이 있고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항상 겸손한 무도인으로 알려진 이 사범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을 희생, 종주국과 국기원의 체면을 살려준 숨은 공로자가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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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신

1960년대 선수생활을 했던 정통 태권도인.

체육부(현 문화관광체육부) 대변인을 거쳐 체육과학국장·체육지도국장으로 서울올림픽 대비 종합전략을 기획, 한국의 4위 달성에 기여했으며 축구협회 수석부회장, 문화체육부 차관보, 2002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본사 상임고문, 국기원 상임이사.

최창신 고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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