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기자의 고향이다. 그래서 매일 바다를 보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녔다. 게다가 기자의 집 옆이 냇가라 비가 오고 나면 수심이 꽤나 깊어 동네 친구들과 누가 빠른지 내기(?)를 하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놀다보면 어느새 배는 고파지고 그때서야 물에서 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물과 친숙해져 있었지만 수영을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특히 국내는 물론 국제수영대회도 단 한 번 관심있게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기자에게도 숨겨진 애국심이 있었는지 지난 10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400M 자유형 경기를 시청하게 됐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2006년 아시안게임 수영3관왕, 2007세계수영선수권대회 400M 우승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다고 하도 떠들어대서 관심 있게 지켜봤다. 단 한 번도 수영대회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기자였으나 선수들이출발선에 서기도 전부터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결국 그는 결승전에 오른 8명의 선수들 중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 올림픽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인공은 바로 국민적 영웅이 된 박태환이다. 수영이 참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동안 한국이 수영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 중에 있구나하는 생각 때문인지, 한국인 박태환이가 우승했기 때문인지 아직도 헷갈리긴 하지만 수영이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박태환 이라는 어린선수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기에 수영이 더 재미있는 스포츠인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올림픽에서 우승하기까지의 어린선수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훈련과 심적 부담을 이겨내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국민들이 느끼는 감동은 두 배일 것이다.
남자 역도에 이배영(63kg급)이 역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최고의 선수로 꼽을 수 있다.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감히 기자는 그를 스포츠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
12일 열린 남자역도 63kg급 결선 용상 1차시기에 이배영은 갑자기 왼쪽다리에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바늘로 다리를 찔러 피를 내는 응급조치를 하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2차와 3차시기 결국 바벨을 들어 올리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배영은 부상위험에도 불구하고 쓰러지면서도 바벨을 잡은 손만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지난 4년간 오로지 올림픽을 제패하기 위해 쏟았던 땀방울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게 억울해 바벨에서 손이 안 떨어졌을 것이다.
스포츠 세계는 금메달을 딴 감격의 순간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하지만 때로는 이배영 선수처럼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투지가 금메달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한다.20일부터 태권도 경기가 베이징 과학기술대학교에서 펼쳐진다. 한국선수들의 경기는 21일부터 시작된다. 선수들이 꼭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권도 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금메달도 획득할 수 있다. 금메달만 획득하면 된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기교나 부리고 닭싸움 같은 인상을 심어줄 경우 금메달도 놓치고, 국민들로 부터 비난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태권도가 재미없다며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그렇다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문대성처럼 화려한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평생 기억에 남는 올림픽이 되기를 기대한다. 태권도 경기가 끝나는 23일이 올림픽 마지막 날이다. 태권도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며 올림픽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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