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각오다. 손태진, 임수정, 황경선, 차동민 4명의 선수가 모두 금메달을 따내 출전 체급 모두에서 싹쓸이를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겠지만 냉정한 예상은 2개에서 3개가 현재 한국 태권도팀의 목표다.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태권도의 결과는 전체 한국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태권도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한국 대표팀을 로페즈라는 가문의 전사 4명이 떡 하니 가로막고 있다. 진(34), 스티븐(30), 마크(26), 다이아나(24). 태권도 종주국을 일개 가문이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로페즈 패밀리. 왼쪽부터 스티븐, 다이애나, 마크, 진.

태권도 종주국은 이 로페즈 가문의 전사들에게 큰 코를 다친 기억이 적지 않다.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셋째 마크와 막내 다이아나가 각각 송명섭과 김새롬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작년 중국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둘째 스티븐이 장창하를 울렸다. 그 사령탑에 첫째 진이 있다. 이번에도 진은 미국대표팀 코치로 ‘타도 한국’의 전략을 준비해왔다.

당장 이번 올림픽에서 로페즈 가문이 한국과 대결할 전사로 내보낸 선수는 마크와 다이아나.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최고의 스타 스티븐은 다행히(!) 한국선수와 만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은 로페즈 가문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로페즈 가문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인 ‘다리 들어 공격차단’, ‘밀어차기’ 등의 기술이 반칙으로 묶였다. 일단은 변칙적인 로페즈 스타일이 예전처럼 힘을 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는 것이 로페즈 가문 선수들이 변칙기술만 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 변칙기술만으로 로페즈 家가 세계 최고의 태권도 가문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태진을 지도하는 김세혁 코치와 임수정을 지도하는 김봉근 코치는 일단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로페즈 스타일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실력과 직, 간접적인 대결에서 손태진과 임수정이 마크와 다이아나의 한 수 위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진이 결정되는 18일이 되면 한국 선수들과 로페즈가의 대결이 언제 이루어질 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로페즈 가문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태권도 집안이다. 태권도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로페즈 가문이 태권도에 기여한 바도 크다. 빅 스타가 부족한 태권도계에서 로페즈 가문은 태권도계가 밀어주고 키워줘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단 승부는 승부. 한국대표팀도, 로페즈 가문도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손태진, 임수정 모두 21일 출전한다. 21일 과연 누가 웃을 것인가. 태권도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결과를 떠나 멋진 승부가 펼쳐지길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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