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기원 제3차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국기원 정관개정이었다.

이날 이사회를 지켜본 기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꽤나 국기원을 괴롭히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정관 개정을 이용해 국기원을 장악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속내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이미 이종우 태권도계 원로를 이사장으로, 엄운규 원장을 그대로 유지시킨다는 게 유인촌 문체부장관의 의중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국기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정관 개정 문제로 언제 몇 차례 협상을 가졌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그리 산뜻한 답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즉 국기원의 요구를 문체부가 들어줄리 만무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오늘 이사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이사들은 먼저 문체부의 의중을 살펴본 뒤 대안을 찾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기원의 뜻을 관철시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기야 스스로 법정법인을 선택한 국기원 이사회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 모두가 예견됐던 일이 아니던가. 이제 와서 후회해본들 오장육부만 뒤틀릴 뿐이다.

그래도 그렇지 무도인들의 자존심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이사장과 원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문체부장관이 직접 그 이름까지 거명하며 의중을 드러냈다. 국기원을 무시하고, 더 나아가 태권도계를 무시한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기원 이사회가 선거를 통해 이종우, 엄운규 두 원로를 각각 이사장과 원장으로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이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체부장관이 점찍은 두 원로를 이사장과 원장으로 선출할 경우 태권도인들은 국기원 이사회를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조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S와 YTN 사장 취임과 관련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기보다는 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이사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급기관이 이미 내정해 놓고 이사회를 압박하기 때문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기원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미 문체부가 법정법인 등재도 하기 이전에 정관개정을 이용해 국기원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국기원 이사장과 원장을 이미 내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태권도계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강자에게 약한 태권도계라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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