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이 1만개를 넘은 지 오래다. 아파트단지는 말할 것도 없고 건물이 좀 모여있다 싶으면 예외 없이 태권도장이 들어서있다. 태권도장 뿐만 아니라 합기도, 검도, 격투기 등등의 무술관련 도장이 웬만한 대도시에는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가히 무술도장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른바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도입이 되었다. 그 중에 가장 흔하고 손쉬운 것이 초등학교 앞에서 장난감 등을 미끼로 학생들의 도장등록을 유인하는 경우다.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지만, 다른 도장은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도장운영이 어려워지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상적인 것은 모두가 ‘장난감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을 터.

그런 곳이 있을까? 그렇다. 있다. 청주시 태권도계가 그렇다.

“청주시협회 차원에서 마케팅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는 반발하는 관장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태권도를 위해서는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청주시태권도협회에 등록된 태권도장들 중에서는 ‘장난감 마케팅’을 하는 도장은 없습니다.”

김춘배 관장

청주시태권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다윗키즈태권도장의 김춘배(48) 관장의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도장을 알릴까?

“봉사활동이 마케팅입니다. 태권도장은 단순히 하나의 무술도장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태권도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소속된 지역에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관장은 적십자단체를 통한 활동을 포함해 지역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범, 지역 청소, 장애인봉사 등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앞장 서고 있다. 이러한 봉사활동이 단순히 도장운영만을 위해서라면 오래가지도 못하고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김 관장은 봉사활동은 벌써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김 관장은 청주 토박이다. 태권도인 출신 영화배우 이동준 씨, 충북협회 지민규 전무이사 등이 중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함께했던 친구들이다.

이들과 중고교 시절을 함께한 김 관장이 지금도 마음으로 존경하는 스승이 청주대 학생처장을 맡고 있는 정만순 교수다.

“당시 태권도 수련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삐뚤어지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정만순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또래 친구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시죠.”

존경하는 스승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 관장은 행복한 사람이다.

2007년 제6회 충북연합회장배 생활체육태권도대회를 마치고 함께한 김춘배 관장과 관원들

도장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김 관장은 크리스찬이다. 그래서 김 관장은 도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성경의 구절과 한자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종교가 같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매우 좋으며, 종교가 다른 경우에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좋은 책을 공부하는 것이니 나쁠 이유는 없겠다.

“예전에 우리가 태권도를 하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태권도장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5~10년 내에 태권도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 변화를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본입니다. 변화를 준비하되, 태권도장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죠.”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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