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국기원의 현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태권도인들의 답답함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엄운규 원장은 자진사퇴했고, 정관개정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거부 당했다. 국가공무원법을 적용하고, 그 법에 따라 문제가 되는 이사들은 전원 사표를 받으라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뜻이다.

미국 LA에서 벌어지는 국기원 ‘세계태권도 한마당’에 국기원장과 부원장은 참석도 하지 않았다. 국기원 ‘세계태권도 한마당에’ 국기원이 부재중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엄 원장은 사퇴의사를 번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사회가 결정해야 할 차례다. 엄 원장은 지난달 26일 2차 임시이사회에서 공식 사퇴했다. 이사들은 아직 사퇴할 시기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업무복귀를 요청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엄 원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20일(7월16일 현재)이 지나도록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다.

이사회가 엄 원장 사퇴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엄 원장이 업무에 복귀할 의지가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다. 국기원 이근창 사무처장도 “원장께서는 처음 사퇴할 당시와 달라진(사퇴를 번복할 의지) 게 없다”고 말했다.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엄 원장에게 의도가 뭐냐 물을 수도 없고, 다시 한 번 명쾌하게 사퇴의사를 밝히라는 것도 우습다.

이사들이 결의문까지 채택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져야 한다. 태권도인들도 엄 원장이 사퇴를 번복할 의지가 있었다면 ‘세계태권도 한마당’ 이전에 업무에 복귀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엄 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 원장의 사퇴를 받아들이는 것도, 업무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도 이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원장자리를 공석으로 둘 것인가. 정관 개정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이사회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과의 대결구도로 인해 소송이 걸려있다. 풀어야 할 크고 작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미 국내 태권도계에는 국기원장 공석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떠돌고 있다. 국기원장이 ‘세계태권도한마당’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놓고도 여러 가지 해석들이 분분하다. 굳이 이러한 말들을 만들어내는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엄 원장을 비롯한 부원장, 총무이사 등 상근임원들과 이사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안위와 자리보다는 태권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들 수가 복잡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엄 원장 사퇴 이후 업무복귀 결의문 채택에 진정성을 갖고 동참한 이사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한 이사들은 어쩌면 지금의 어정쩡한 상황을 고마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기원을 장악하기 위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에 앞서 태권도인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받는 국기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일 것이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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