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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자호구 공인, 더 이상 연기 안된다
  • 김창완 기자
  • 승인 2006.03.20 00:00
  • 호수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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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이후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태권도가 판정시비에 발목을 잡힐 경우 올림픽 무대에서 영원히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런데 판정시비를 없애기 위해 선택한 전자호구가 공인도 내주기 이전에 특정업체 특혜시비에 휘말리게 됐다.

세계연맹이 오는 25일 2차 품평회를 앞두고 위촉한 심사위원이 2명이 특정업체와 깊숙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호구 2차 품평회에 참가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가 여러 통로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는 묵살되고 말았다.

조정원 총재도 문제가 되고 있거나 그럴만한 소지가 있는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문동후 총장이 확인 결과 문제가 없다며 그대로 추진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람을 애써 위촉하는 이유에 대해 태권도인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문동후 총장과 특정업체간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3개 업체가 기술품평회에 참가했다. 세계연맹은 당초 이날 품평회 이후 곧바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 공인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계연맹은 돌연 절차와 방법을 핑계로 공인을 연기했다. 이후 세계연맹은 전자호구 신뢰성검증을 위해 체육과학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을 의뢰 받은 체육과학연구원은 전자호구에 대해 큰 지식이 없었고, 때문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개발한 L사의 관계자를 불러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모든 설명을 들었다. 체육과학연구원은 L사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자료를 만들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는 세계연맹에 전달됐다. 문동후 총장은 이 자료를 근거로 IOC 오리스회의에 참석해 북경올림픽에 전자호구를 사용할 뜻을 밝혔다.

즉 세계연맹의 전자호구와 관련된 모든 자료는 L사의 기술력에 의해 작성됐으며, 현재 다른 업체는 이를 토대로 전자호구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연맹이 L사의 기술력을 다른 업체에 유출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세계연맹은 L사의 기술력으로 작성된 자료를 다른 업체에 발송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전자호구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부여라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자호구 공인을 연기하고 있는 이유도 특정업체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L사의 제품을 따라잡을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오는 25일 품평회 이후에도 전파 혼선과 전자파가 선수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체육과학연구원이 검증을 다시 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핑계로 공인을 연기하는 것도 특정업체에 특혜를 부여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문 총장이 굳이 심사위원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 판정시비를 없애기 위해 전자호구를 선택한 세계연맹이 전자호구 특혜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러한 특혜시비 이후에 공인된 더러운 전자호구를 선수들에게 착용하게 하고 경기를 치르게 할 것인가.

세계연맹은 더 이상 이런저런 핑계로 전자호구 공인을 연기해서는 안 된다. 2008년 북경올림픽에 전자호구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게 조 총재의 의지다. 올림픽에 전자호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시범적용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제품을 공인해도 북경올림픽까지는 시간이 부족하다. 조정원 총재가 직접 챙겨야 할 듯하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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