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외지의 벽안의 제자들에게 국위선양이라는 이름 아래 깨어지고 부서지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조국의 태권도를 보급해 왔다. 콜롬비아 체육회에 태권도가 가입되는 날, 나는 덤덤한 상태에서 상처투성이인 손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이기정 교수.

1970년대 말, 중남미 최초로 국가단위 태권도협회인 콜롬비아태권도협회가 콜롬비아체육회에 가입되어 콜롬비아체육대회의 정식종목으로 태권도가 채택되는 날, 이기정 사범(현재 남부대 태권도학과 교수)의 심정이다.

판 아메리카(P-AM)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태권도를 보급한 이기정 교수가 최근 미국전무도연맹에서 추천해 공신력이 있는 미국단체(USA Freedom C0rps)로부터 ‘자원봉사상’(VOLUNTEER SERVICE AWARD)을 수상했다.

- 미국 정부로부터 자원봉사상을 수상하게 된 동기는.
△ 미국의 국민들은 대부분 자기가 사는 지역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봉사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많은 한인 태권도 사범과 무도인들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 따라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나 역시 20년간 태권도를 통해 봉사활동을 해 왔다. 불우 청소년 돕기와 마약 프로그램 참여, 노인복지 운동 전개, 플로리다주 대회에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도록 힘쓴 것을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 자신의 태권도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 요란한 빈 수레처럼 태권도 인생을 달려 왔다. 1970년 태권도 해와 개척기 시절, 정부 지명초청 콜롬비아, 에콰도르, 베네주엘라, 파나마, 스웨덴, 미국 등지에 직, 간접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보급했다. 이런 노력이 태권도 세계화에 일조하고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데 하나의 초석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1990년대 중반, 해외 한인 사범 생활을 은퇴한 후에는  한국에 와서 한국 최초로 전문대학인 전남과학대학에 태권도과를 신설하고 우수한 지도자들을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특히 콜롬비아태권도협회를 콜롬비아체육회에 정식으로 가입시켜 태권도의 저변을 확대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

나에 대한 평가는 100년 후 후진들이 평가하겠지만 초창기 태권도 사범으로서, 현재 태권도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모든 것에 만족한다.

- 태권도 발전의 위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계 태권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이 통합되어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태권도 위상에 많은 변화가 오게 될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도 두 단체의 통합을 원하고 있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남한 태권도와 북한 태권도가 통합을 위한 대안을 내 놓아야 할 때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남부대 태권도학과에서는 북한의 국제태권도연맹과 학술 세미나, 합동 시범 등을 희망하고 있다. 이제 북한 태권도를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남부대는 남북 태권도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싶다.

<이기정 교수 주요 약력 및 포상>
- 콜롬비아 국회의사당, 대통령 경호대 지도
- 미국 무도 스포츠 연구소 (태권도) 관장
- 콜럼비아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
- 판암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
- 미국대학태권도연맹 부회장
- 전남과학대학 태권도체육학과 학과장 역임
- 국제태권도과학학회 회장
- U.N 무도대사 임명
- 일본황실문화재청 무도공로훈장
- 미국해병대사령관 태권도 보급 공로 표창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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