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울산광역시태권도협회에서는 3/4분기 승단(품) 심사가 열렸다.

개회식에 앞서 울산협회 김승배 총무이사는 고르지 못한 일기와 심사 장소가 비좁은 것에 대해 학부모들께 송구하다고 했고, 김화영 전무는 심사위원(채점관) 교육을 통해 일선 도장의 애로사항을 감안해 불합격자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성배 울산 우정태권도장 관장.

뿐만 아니라 심사장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과거 일부 시도들이 심사를 집행하면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부정의 온상이 되었으며 집권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했지만 울산협회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울산협회는 김종관 회장의 역량으로 회원들에게 군림하는 협회가 아닌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로 도장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기술심의회와 집행부, 집행부와 회원들 간의 소통을 통해 심사장 문화를 쇄신하고 있다.

그동안 심사는 많은 응심비에 비해 심사 내용은 단조롭고 기다리는 시간은 많으며 심사 시간은 짧아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울산협회는 개회식을 권위주의 틀을 버리고, 구-군 별로 시간을 정해 심사를 실시해 2시간 안에 심사를 끝내고, 심사내용도 선서를 통해 심사에 임하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기본발차기를 품별로 구분해 내용을 다양하게 했다. 4, 5단 응심자는 사전에 품새 교육을 통해 질적 향상을 도모해왔다.

이처럼 협회가 심사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 회원인 우리는 과연 심사를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생각을 해본다.

도장의 수련생들이 불합격을 하면 우리는 먼저 자신의 잘못보다는 협회 관계자들과의 인맥 또는 주위 도장과의 관계를 주장하면서 합리화를 해왔다.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합격과 불합격도 중요하지만, 심사를 통해 응심자인 수련생들에게는 태권도 수련을 더 해야 한다는 동기를 유발하고 학부모들에게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할 수 없는 태권도만의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 이는 태권도 교육을 더 연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심사의 합격 여부에만 관심을 가졌지 관중석에서 학부모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지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협회 직책과 코드 인맥, 안면으로 합격을 했다고 해서 이를 학부모들이 용인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심사장에 가서 응심자들의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할 때가 많다.

8명이 선서를 하는데 손의 위치가 각양각색이고, 주춤서  몸통지르기를 하는데 손에 대한 개념은 없고, 주춤서기를 할 때 발과 발의 너비는 두발길이 정도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앞차기와 돌려차기를 할 때  무릎을 접어서 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품새와 겨루기를 할 때 웃으면서 하기도 한다.

분명 각 도장마다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수련생이 어려서 지도자가 가르쳐준 동작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많은 것을 가르치다 보면 품새와 겨루기 수련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격률을 하향으로 조정한다고 해서 심사 준비를 소홀이 한다면 이는 태권도가 뿌리 채 흔들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시대 흐름과 협회의 정책에 따라 일선 회원들도 사고 전환을 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교육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 맞게 소임을 다 해야 한다.

울산협회의 주인은 회원이다. 회원의 능력과 사고수준, 도덕성이 협회의 미래를 좌우한다. 분명한 것은 태권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춤서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수련생들을 심사장에 보내는 것은 지도자의 책임과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성배 울산 우정태권도장 관장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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