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부산.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의 태권도 코치들을 대상으로 ‘WTF 베이징올림픽 코치세미나’가 열리고 있었다. 성공적인 올림픽 운영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올림픽 출전예상 선수명단이 발표되자 여자 +67kg급의 일부 코치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올림픽 태권도종목은 남녀 4체급씩 총 8체급에서 128명이 출전한다. 각국 선발전에서 선발된 124명과 와일드카드로 추천된 4명을 합한 숫자다. 각 체급별로는 16명씩이 출전하게 된다. 그런데 여자 +67kg급은 17명, 여자 -67kg급은 15명으로 발표된 것이다.

지난해 베이징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알 막툼 선수.(사진제공=무카스)

문제가 된 것은 +67kg급에 와일드카드로 배정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선수였다. 주인공은 셰이카 마이타 알 막툼(28).

알 막툼은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2007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두바이 공주’. 두바이는 UAE를 구성하는 7개 국가(에미리트)의 하나로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 아라비아만 연안에 위치했으며 이 나라의 국왕이 바로 알 막툼의 아버지다.

+67kg급에 출전하는 코치 11명은 “알 막툼이 와일드카드로 +67kg급에 출전하게 되면 이 체급 총원이 17명이 되고 이런 경우 다른 체급과 다르게 두 명의 선수가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하며, 거기서 탈락한 선수에게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선수 숫자 조정을 청원하는 서신을 IOC와 WTF에 보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먼저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은 WTF 노조(민주노총 산하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조 WTF지부)였다.

노조는 이미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WTF 조정원 총재가 알 막툼 공주 측의 초청을 받고 두바이를 방문해 7성급 호텔에서 묵는 등 고액의 향응을 받았고, 그 대가로 알 막툼을 와일드카드로 추천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WTF는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WTF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가올림픽평의회총연합회(ANOC)와 WTF의 3자 협의를 거쳐 선발되는 것이며, UAE 선수의 경우, WTF의 추천도 있었지만 보다 강력하게 추천한 것은 오히려 IOC 측이었다”고 밝혔다.

“UAE의 경우 태권도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희박하며, 과거 아테네 올림픽의 경우에도 총 4명의 출전선수가 참가하는 등 소수가 참가했고 특히 이 중에 여자선수는 한 명도 없었기에 이 지역에서 여자 태권도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회를 얻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게 IOC가 알 막툼을 와일드카드로 추천하는 이유라고 WTF는 밝히고 있다.

알 막툼은 지난해 베이징세계선수권대회 때 가라테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선수로 알려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으며, 한국의 우수한 팀을 초청해 특별훈련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조정원 WTF 총재는 그녀의 올림픽 출전을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을 찾아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대회 다음 달인 6월 경희대 태권도부 10여 명과 코치 등 일행이 두바이로 초청돼 알 막툼의 훈련을 도왔고 이 기간 중 조정원 총재도 두바이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WTF는 이에 대해 “조정원 총재의 두바이 방문은 그 쪽의 초청에 의한 것이었고 태권도의 국제교류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응한 것”이라며 “초청과 향응으로 알 막툼이 와일드카드로 선정됐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정원 총재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알 막툼 선수의 경우 가라테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것과 관련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고, 미디어노출이 보다 많이 필요한 태권도로서는 이런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대단히 긍정적인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에 호감을 가지고 태권도를 배우고 태권도를 통해 올림픽에 출전하고자 했던 알 막툼 선수가 (노조 측의)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을 통해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67kg급 코치들은 WTF와 IOC에 보낸 서신에서 +67kg급에 17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UAE 선수가 15명이 출전토록 돼 있는-67kg급으로 내려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WTF는 UAE로부터 알 막툼의 체급을 -67kg급으로 내릴 수 있다는 동의를 받아 이 의견을 IOC에 전달했으며 지난 27일 IOC로부터 알 막툼의 체급을 변경해도 좋다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코치들의 이의제기와 UAE측의 양해를 통한 체급 변경, 그리고 이에 대한 IOC의 최종승인을 통해 태권도 각 체급은 모두 16명이 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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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막툼 공주는?
- 두바이의 국왕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58)의 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가라테 여자 60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태권도로 전향, 2007년 베이징세계태권도대회에 출전하며 화제를 모았다. 부와 권력에 미모까지 3박자를 겸비한 재원(才媛)으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결혼하고 싶은 독신 왕족 16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조 총재 향응의 대가?
- WTF 노조는 “-67kg급에 예비 와일드카드 후보(과테말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67kg급인 UAE 선수를 -67kg급으로 무리하게 내려서까지 와일드카드로 만드는 것은 향응에 대한 대가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WTF는 “예비 와일드카드는 기존의 와일드카드로 선정된 선수에게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에 차선으로 추천될 수 있는데, UAE의 알 막툼은 결격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UAE 선수가 다른 코치들의 이의제기를 듣고 체급을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체급을 내리게 된 것이지 무리하게 체급을 내려서까지 UAE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왜 한 체급에 17명인가?
- WTF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와일드카드는 올림픽 개최국(2008년의 경우에는 중국)이 출전하는 체급(4체급)을 피해 나머지 체급에서 남, 녀 각 2체급에 배정하기로 3자 협의회에서 결정했었는데, IOC측에서 개최국의 체급을 피하는 것은 와일드카드의 선정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으므로 개최국 출전체급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체급에서 추천을 하도록 변경했고, 그 과정에서 +68kg급에 17명의 선수가 배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WTF는 한 체급에 선수가 17명이 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 등을 포함해 IOC에 재고를 요청했으나 IOC는 원래의 의견을 고수했고 결국 +67kg급에서 17명의 선수가 배정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 와일드카드 시비의 배경
- 태권도의 입장에서 볼 때 두바이의 공주인 알 막툼이 가라테를 수련하다가 태권도로 종목을 바꾸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는 것 자체는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미디어 노출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WTF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는 지난 3월 해고된 노조소속 직원의 문제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며 조정원 총재를 비롯한 WTF 사무처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여전히 하고 있다.

WTF가 큰 일(올림픽)을 앞두고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작은 일(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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