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과연 어떠한 자리인가? 한마디로 말해 막강한 자리다.

장악이라는 말이 제법 유행했을 때에는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을 것이다. 그러나 태권도계에도 김운용 전 회장이 퇴진할 무렵부터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전무이사의 권한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장악의 논리에서 협의와 동반의 논리로 변화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전무이사의 파워는 대단하다.

새로운 회장이 선출될 때마다 태권도인들의 관심사는 온통 전무이사 선임에 쏠려 있다. 전무이사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1일 홍준표 회장 당선 이후 필자에게도 만나는 태권도인들 마다 새 전무이사에 가장 유력한 후보를 묻는다. 홍 회장만이 알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전무이사란 직책이 참 이상한 자리인가.

전무이사에 선임돼 제법 당당하게 포부를 밝히며 협회에 입성한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초심은 1년도 채가지 않는다. 전무이사 주변으로 자리(기술전문위원회 임원 등)를 노리고 벌떼처럼 충성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인사에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는 전무이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인지 그동안 전무이사를 지냈던 대부분은 그 권한에 취해 헤어나지 못하고 질퍽대다가 중도 사퇴하거나, 법정에 서기도 하고, 교도소에 가기도 했다. 1997년 이후 10년 동안 4년 임기의 전무이사가 8명이나 교체됐다. 이들 중 임기를 다 채운 전무이사는 단 1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전무이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전무이사가 되기 위해 세력을 동원해 어떻게 하든 흠집을 내고 회장과 이간질을 시키기도 한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들 중 전무이사 체제로 협회가 운영되는 종목은 축구, 농구 등 몇 개 없다. 대부분의 가맹단체가 사무국장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맹단체들 중 태권도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종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무이사 손에 협회 운영과 인사 등 모든 권한이 쥐어져 있다. 권한이 크기 때문에 한번 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 권한을 적절하게 운영하면 태권도 발전을 위한 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권한에 취해버린다면 분명 독(毒)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무이사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무이사 본인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전무이사 주변이다. 전무이사의 막강한 권한이 있어야 그 아래서 진을 치고 있는 자신들이 남은 권력이라도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무이사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면 그 부분에서 만큼은 침묵해버린다. 그래야 계속 제도권에 몸담을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필자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무이사가 주어진 권한을 약이 될 수 있도록 잘 운영한다면 굳이 시스템 개선이 필요 없다. 그래서 전무이사 선임이 중요하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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