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태권도장이 많다.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는 상가 건물마다 태권도장이 하나씩은 들어서 있다. 심한 경우에는 한 건물에 2개가 들어서 있는 경우도 있다.

태권도장의 수가 포화되어 있는데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 수련층이다보니 오늘날의 태권도장은 무술을 수련하는 ‘도장’으로서보다는 수영이나 축구, 농구와 같은 체육활동을 하는 ‘체육관’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현실이다.

배우는 사람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가르치는 사람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권도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태권도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좋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전의 ‘정통 무도로서의 태권도’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정통 태권도’를 수련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수련층 자체가 어리다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지도자들이 태권도를 가르치기만 할 뿐, 정작 자신은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오늘날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수련하는’ 태권도 지도자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 태권도를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하는 태권도 지도자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경희대한국태권도장의 김규현(43) 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관장은 매주 월요일 인근의 태권도 관장 5명과 함께 태권도를 수련한다. 관장으로서 도장을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품새, 겨루기, 격파 등을 함께 직접 수련하는 것이다.

태권도 지도자에게 ‘태권도를 왜 수련하냐’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태권도인으로서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저에게 태권도는 직업으로서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태권도를 수련함으로써 태권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당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게다가 지역적으로 가까운 도장끼리는 워낙 경쟁이 심하다보니 사이가 소원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 관장은 인근의 관장들과 함께 수련을 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도장과 더욱 친해야 합니다. 경쟁해서 이기려 하는 것이 잘못됐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김 관장은 ‘이상한’ 태권도 관장이다. 김 관장과 같은 말을 하는 태권도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관장의 도장은 기자가 ‘도장탐방’을 하면서 다녀본 도장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크기가 작은 도장일 것이다.

마케팅이다 뭐다 해서 도장의 인테리어, 크기 등을 중요시하는 현실에서 다른 도장들의 절반도 안될 것 같은 크기의 도장을 고집하고 있는 김 관장. 그렇다고 해서 김 관장 도장의 관원수가 적은 것도 아니다.

“관원 수에 비해서 도장의 크기가 작다고 도장의 크기를 늘리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도장의 크기를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도장이 크다고 해서 태권도를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지금의 크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보다 더 가깝게 지도할 수 있으니까요.”

김 관장은 참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관원 수를 늘리는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요즘은 태권도장 해서 돈을 많이 벌어보려는 사람이 많은데, 태권도장 해서 큰 돈을 벌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 많이 버는 것이 최고도 아니고요. 지금 정도의 관원 수면 제가 생활하는 데 큰 부족함이 없고, 좋아하는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 관장의 이러한 말들을 직접 만나보지 않고 들었다면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김 관장을 직접 만난 기자로서는 김 관장의 말에서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김 관장이 얼마나 태권도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태권도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지가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태권도 관장이 태권도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 태권도의 미래가 얼마나 밝을까.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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