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소모적이고 시급하지 않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됩니다. 장애인 태권도 발전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최근 서울 송파구의 모처에서 만난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이근우 상임부회장(65)은 2년 전 장애인태권도협회가 창립된 이후 많은 시간을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의 자리다툼으로 갈등을 빚었다며 “황무지에서 옥토(장애인태권도협회)를 만들었으면 합심해 농사를 잘 지어여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수확이 거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근우 상임부회장.

- 많은 태권도인들이 장애인태권도협회 상근부회장을 왜 맡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 지난 3월 중순, 장애인태권도협회의 몇 몇 이사들이 찾아와 장애인태권도협회를 정상화시켜달라며 회장을 제의했다. 아마도 부산시태권도협회장과 대한태권도협회 대의원 및 감사, 국기원 운영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행정 실무경험이 있는 나를 좋게 본 모양이다.

하지만 한 단체의 회장은 재력이 있어야 하고 덕망도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회장보다는 상임고문이나 상임부회장을 맡겨 주면 장애인태권도협회가 정상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애인태권도협회는 국가의 복지정책 차원에서 육성되어야 한다.

그동안 장애인태권도협회의 사정을 보니 행정적 뒷받침이 미약한 것 같아 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태권도 인생의 마지막 정열을 쏟을 것이다.

- 그동안 장애인태권도협회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 장애인태권도협회를 창립한 주역들의 노고, 즉 사단법인 협회를 만들어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정단체로 등록하고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시범 공연을 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낸 것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회계장부도 없고 변변한 사무실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황무지를 개척해 옥토를 만들었으면 농사를 잘 지어야 하는데, 자리다툼 등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해 수확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부의 심정으로 보면 파종도 제대로 못한 꼴이다.

- 그렇다면 장애인태권도협회 재건을 위한 방안은 뭔가.

△ 우선 회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형체’가 있어야 한다. 곧 재력과 덕망을 갖춘 회장을 추대하면 본부를 설립하고 각종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대회나 시범 공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내실화와 거리가 먼 전시행사를 치우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핵심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장애인태권도협회가 정상화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나.

△ 곧 대기업 상무를 역임하고 현재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집행부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본부 사무실은 서울 광진구에 둘 예정이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 앞으로 장애인태권도협회가 해야 할 일은.

△ 장애인 태권도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득권을 포기해서라도 청각, 농아, 시각, 정신지체 등 장애 부위별 조직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자체적으로 조직을 활성화시키고 하나로 아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대 흐름과 정책에 부응하는 장애인 태권도 발전 사업들을 해나가야 한다. 우선 장애인학교의 학생들의 체력 향상과 심신수양을 위해 태권도를 가르치고,  시도의 조직을 정비해 조직을 강화시켜야 한다. 현재 8개 지부를 구성했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에는 인정(준가맹)단체로 되어 있는데 곧 정가맹 경기단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장애인 전국체육대회에 태권도 종목이 채택되어 참가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올림픽에도 참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자체적으로 단증을 발급할 생각은 있나.

△ 일부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자체 단증을 발급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국기원 단증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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