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장은 인구가 적은 도시로 위치도 별로 좋지 않아 내가 원하는 숫자만큼 학생이 늘지 않았다. 그러나 충성스러운 4명의 제자가 생겼다. 오클랜드라는 이 지역에서는 제일 큰 도시에 도장을 새로 내고 그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예상한 대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어 왔으며 나는 더 많은 시범을 하며 도장 광고지를 돌리며 학생 숫자를 늘렸다.

신동기 사범.

나는 인근의 대학생과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서 태권도의 위력적인 격파와 발차기 시범을 보여 주었다. 주월 한국군 맹호 태권도교관 단에서 갈고 닦은 태권도 실력은 드디어 이 지역에서 빛을 보기 시작하였고, 미국 4대 신문에 들어가는 오클랜드 트리뷴에 나의 시범 기사가 2회에 결처 대문짝만하게 실리게 되었다.

또 며칠 후 텔레비전 채널 2에서 단독 인터뷰와 시범 요청이 들어왔다. 나의 시범은 저녁 7시 뉴스가 끝나고 따로 나의 시범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게다가 그 시범을 찍은 햄프턴 브레드리라는 기자는 오랫동안 가라테를 수련한 유단자였는데 나의 시범에 반해 제자로 입관했다.

물론 흰 띠로 다시 시작하였다. 나의 태권도에 반한 햄프턴 브레드리의 적극적인 협조와 선전으로 미국의 각종 언론과 행사에서 나의 태권도 시범은 빛을 발하였고 나는 어느덧 지역사회의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당시 북캘리포니아 지역에는 통틀어서 3~4천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약 30만 명으로 늘었다.

나는 국제 결혼한 한국인 부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수시로 초청을 받아 고마운 한식대접을 많이 받았고 그 남편들도 한인 부인들을 둔 것에 자긍심을 가졌다. 나의 충실한 제자 햄프턴 브레드리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한인 사회의 이모저모 행사를 TV에 많이 소개해 주어 그 때까지만 해도 코리아 하면 참혹한 6.25전쟁 밖에 몰랐던 미국 사회에 달라진 한국을 많이 보여 주었다.

70년대 초 부르스 리라는 중국계 미국 배우가 혜성처럼 나타나 미국인들에게 동양의 무술을 보여줘 동양 무술의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부르스 리의 도장이 나의 도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가 있게 되었다.

중국 무술이나 일본 가라테는 원래 발차기가 적어서 부르스 리도 처음에는 손 위주의 기술을 주고 사용하였다. 60년대 말 70년대 초 나를 비롯한 한국인 태권도 사범들이 대거 미국에 이주해 새로운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자 그도 우리의 발차기를 배워서 영화에 보여 주기 시작하여 미국인들이 열광을 받은 것이었다. 원래 미국인들은 키도 크지만 운동 기술이 발달하였고 우리 한국인들은 하체가 좋아 발놀림이 빠르고 점프에 유리하다. 당시 태권도의 발차기는 미국인들에게 충격적인 새로운 기술이었다.

70년대 초 나는 부르스 리 영화의 선전에 힘입어 승승장구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그때 이 지역에는 무덕관 고단자인 강명규 사범이 캘리포니아주 수도인 새크라멘트에 계셨고 나와 가까이는 유병용 사범이, 버클리 대학에는 민경호 사범이 있었는데 유병용 사범은 미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회에 출전해 많은 우승을 하였다. 60년대 말 미국에 온 그는 많은 고생을 하여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본받을 만하였다.

그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겨루기를 하였는데 1시간 이상씩 실전에 가까운 겨루기를 하였다. 챔피언 급에는 영화배우 척 노리스 등이 있었는데 실력, 기술 등이 별로였다. 나에게도 경기에 출전하라는 많은 권유가 있었는데 안 한 것이 지금 후회가 된다.

민경호 사범은 버클리 대학에서 태권도와 유도를 가르쳤는데 처음에는 일본계에 밀려 고전을 하고 있었다. 70~80년대에 나는 버클리대학교에서 여러 차례 시범을 보이면서 도움을 주고자 하였고 그가 시작한 미국 태권도협회 구성 모임에도 많이 참석하였다.

미국 태권도 발전으로 미국 태권도가 미국 올림픽 위원회에 들어가 영향을 주어 태권도 종목이 올림픽에 채택된 데에는 민경호씨의 숨은 공로가 많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70년대 초 한인들의 중심은 샌프란시스코였는데 오클랜드와는 베이 브리지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고 도시 자체로는 오클랜드가 크지만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샌프란시스코의 명성에 항상 가려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해외에서 제일 큰 중국 타운이 있고 나중에 일본타운도 들어섰다. 한국 식당에 갈려면 샌프란시스코에 가야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맞는 화려한 곳이 많이 있어서 주말에는 항상 샌프란시스코에 나가서 노는 것이 우리 젊은 사람들의 주말 일과가 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에는 한인회가 있어서 한인들의 중심사회가 형성되어 있었다.

항공노선이 발달하기 전 60년대 초반에는 배를 타고 하와이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미국 각 지역으로 가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대륙으로 들어가야만 했던 출발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 당시 LA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한국 교포들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더 많이 살고 있을 때였다.

신동기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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