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태권도 전공 학생들의 해외 태권도 체험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호부터 조선대 태권도학과에 다니는 이진영 학생이 지난 2006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태권도 캠프를 다녀온 후 느낀 글을  게재합니다. 앞으로 해외 태권도 행사에 갈 태권도 전공 학생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이진영.

나와 함께 노르웨이 태권도 캠프에 참가한 우리대학 태권도학과 학생들 4명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그랜드마스터인 이계행 교수님을 따라 보조사범으로 일주일동안 이곳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게 되었다.

우리는 전통 태권도의 뿌리는 한국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유럽의 태권도 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한국은 태권도 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지키기 위해서, 태권도 전공자인 우리부터가 책임감을 느끼고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야할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주어진 운동시간 동안 서로가 땀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며 보조사범으로서 태권도 지도에 힘썼다.

이곳에서의 태권도 기술과 동작은 모두 한국말로 지도되고 있었는데 태권도캠프에 참가한 300여 명이 넘는 유럽인들이 한곳에 모여 태권도 기본동작을 수련하는 모습은 과히 장관을 이루었다. 그 열기는 불보다도 뜨거웠고 굉장한 열정으로 타올랐다. 한국 태권도의 강한 힘이 느껴졌고, 그들의 태권도 기합소리는 우렁차고 힘이 넘쳐흘렀다.

태권도캠프 첫날에는 유럽의 태권도 승단 심사가 있었다.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등의 여러 유럽국가의 태권도인들이 체육관에 모두 모여서 승단 심사를 위한 몸 풀기를 하고 있었다. 심사의 모든 것은 절차에 따라서 엄격하고 정확하게 진행되었다. 기본동작, 발차기, 겨루기, 품새, 호신술, 격파 심사가 각각 순서에 맞추어 진행되는 동안에 나는 그저 단지 지켜보고만 있을 뿐 이었지만, 손에서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체육관 안은 긴장감이 흘렀고, 태권도 승단심사를 준비하는 태권도인들의 눈빛은 하나 같이 강하게 반짝거렸다.

한국은 두 달마다 정기적으로 승단심사가 이루어지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승단심사를 신청하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지만 이곳의 승단심사 신청자는 약 50명 정도로 많지 않았고 지원 자격조건도 까다로웠다. 승단심사는 3~5시간이 넘도록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심사를 보기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승급심사를 여러 번 통과해야만 겨우 승단심사를 볼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심사에 임하는 이들은 매우 진지한 자세로 하나같이 최선을 다했다. 격파 심사 도중에는 주먹과 팔목 등에 금이 가는 사고도 종종 있을 만큼 격파장은 무려 2cm가량의 두꺼운 송판이었고, 고단자의 격파는 돌로 된 기왓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격파심사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고, 격파에 실패하면 승단심사 역시 탈락되었다.

태권도 고단자인 그랜드마스터들이 판단할 때 승단심사를 보는 유급자들의 실력이 유단자의 실력에 못 미친다고 여겨지면 어김없이 승단심사에서 바로 탈락 시켰다.

유단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할 벽은 너무나 높고 높았다. 오로지 심사자의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승단심사에 합격할 수 있었고, 때문에 심사에서 합격한 합격자들의 기쁨은 말로 못할 행복이 되고 경축할 일이 될 수밖에 없는 듯하였다.

승단심사가 끝나고 합격자를 발표하자 가족들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의 승단심사와 비교하자니 너무나도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내심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승단심사를 보면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태권도를 전공하는 우리들이 앞으로 태권도 종주국다운 면모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하루 빨리 모색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던 순간 이었다.

승단심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10명중 3, 4명꼴로 많았는데 그들 중엔 실망의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심사에 합격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합격만을 기뻐하지 않았고 뒤이어 탈락하여 실망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등을 다독거려주며 위로해 주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심사는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말로만 듣던 촛불의식을 보았다.

이 촛불의식이란 합격한 사람들이 자신의 마스터(사범)에게 단증을 수여받는 일종의 기념행사였는데, 그것은 매우 엄격하고 근엄한 분의기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나는 마치 사이비 종교 의식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승단심사에 합격한 그들은 자기를 지도해준 사범들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린 후 단증을 받았다. 태권도의 강력한 힘을 느꼈다.

노르웨이 태권도수련생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이진영(왼쪽)

우리의 태권도가 아니었다면 이 거대한 땅덩어리의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선진국 사람들이 지도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을 것이며 자기보다 작은 나라의 국민인 우리에게 큰절을 올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한국과 한국의 태권도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었고 우리나라 사범들에게 그 존경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태권도인’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우리를 좋아했고 가족처럼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일주일간의 캠프동안 태권도를 통해 함께 땀 흘리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이와 성을 불분하고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에 대해 그리고 태권도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었던 좋은 시간 이었다.

그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해준 정말 뜻 깊은 여행이었다.

우리 태권도학과 학생들 역시 앞으로 우리나라 태권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태권도학과에는 외국에 나가서 태권도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참 많지만 그에 필요한 노력은 전혀 하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황된 꿈을 가지는 것보다도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미루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먼저 나 부터가 내 꿈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진영 조선대 태권도학과 학생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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