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기와라 안리입니다.”

해맑은 미소, 밝은 목소리의 단국대학교 태권도학과 하기와라 안리(3년·22). 한국에 온지 이제 겨우 3년도 채 안 된 그녀는 한국인으로 착각할 만큼 우리말이 유창하다. 일본 군마겐 토네군 출신의 하기와라는 가라테보다 태권도를 더 사랑하고 있다.

단국대 진동환 감독과 하기와라 안리(오른쪽)

그는 지난 달 27일부터 열린 제35회 전국대학개인선수권대회 이틀째 경기에서 2조(최근 2년 이내에 입상실적이 없는 자) 플라이급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지 2년 4개월 만에 올린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그는 만족한 결과가 아니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낭보를 전해드리지 않았다. “더 열심히 훈련해 꼭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럽게 연락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하기와라를 지도하고 있는 진동환 감독은 “근성이 대단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4강에서 상대선수에게 얼굴을 강하게 맞고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선수에게 두 차례의 얼굴공격을 성공시켜 결국 이겼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한국으로 태권도 유학을 오게 된 동기는 스키장을 경영하는 아버지의 권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유학 오기 전 하기와라는 일본의 전통무예인 가라테를 수련했고, 1단도 획득했다. 이처럼 가라테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그에게 아버지가 태권도를 배워보라고 권유한 것. 그러나 하기와라는 태권도가 올림픽정식종목인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무술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께 처음 들어본 태권도. 그래서 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딸인 하기와라의 판단을 돕기 위해 아버지는 일본에서 벌어지는 전국 태권도 대회에 같이 참관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하기와라는 태권도에 완전히 매료돼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버지가 유학을 권유한 목적은 태권도로 심신을 단련하고 정신을 수양하라는 큰 뜻이 담겨져 있다. 스키장 등 사업체를 물려주기 위해 딸을 태권도 종가인 한국으로 보낸 것이다. 하기와라의 아버지도 태권도가 가라테 등 일본의 다른 무술들보다 우수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하기와라는 아버지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미래에 대한 계획이 확고하다. 아버지의 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는 “태권도가 좋다. 그래서 처음에는 취미로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본 대표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리고 태권도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물론 태권도를 계속한다는 마음은 절대 변함이 없다. 미국에서 또 다른 태권도를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있다. 영어와 태권도를 동시에 배우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 것이다.

하기와라는 한국인이 다 됐다. 마늘 등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중에 순두부는 최고 음식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도 전화하면 더 보고 싶을까봐 전화도 잘 안한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으신 할아버지가 걱정돼 항상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하기와라는 심성이 좋은 태권효녀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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