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몸도 튼튼, 나라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작된 전국소년체육대회. 2007년 현재, 초등부 11개 종목, 중학부 19개 종목에 각 시도를 대표한 선수들이 참가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년체전은 각 시도 교육청의 지원 속에 열리기 때문에 ‘교육의 연장선’ 차원에서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고 평가를 받는 자리다.

많은 학교들이 플래카드에서 '필승'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의 ‘순수한 경쟁’보다는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된 어른들의 ‘시도대항전’ 성격으로 변질되다 보니 과열 경쟁과 선수 혹사, 수업 결손 등 부작용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중에서 우려되는 것 중의 하나가 소년체전을 감싸고 있는 저급한 군국주의(軍國主義) 유산과 군사문화(軍士文化)의 잔재가 소년체전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기장 안팎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placard)의 문구인 ‘필승(必勝)’이다.

2007년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경북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경기장에도 ‘필승’이 적혀 있는 플래카드가 수없이 많았다. 현재 ‘필승(必勝)’을 적은 플래카드는 태권도 경기장뿐만 아니라 각 종목이 열리는 경기장에는 빠지지 않고 걸려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승’이라는 문구는 스포츠 경기, 특히 소년체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긴다’는 의미의 필승은 엄밀히 말해 군국주의, 군사문화의 잔재다. 일본의 군국주의 유산과 우리의 군사정권 잔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이 단어가 교육의 연장선 차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소년체전에서 아직도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어린 학생들의 제전(祭典)인 소년체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장(場)이다. 소년체전 경기장은 전쟁터가 아니다.

따라서 소년체전의 의미와 본질을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선 ‘필승’보다는 ‘최선’이 경기장에서 자주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응원 구호나 플래카드에 적는 문구도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안한다.

“필승을 최선으로 바꿉시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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