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저 예전부터 편두통이 있어요"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신준현 교수
승인 2008.04.04 14:02
호수 586
댓글 0

최근에 들어 부쩍 두통을 호소하며 외래를 방문하는 분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인터넷의 영향 때문인지 자신의 두통 원인이 어떠한 질병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며, 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준현 교수

특히나 자신이 예전에 ‘편두통’이 자주 발생했었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편두통이 대하여 잘못 알고 계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흔히 한 쪽 머리가 아픈 경우 편두통이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편두통은 우리가 사용하는 ‘두통’처럼 단순히 어느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편두통은 하나의 질환으로 일정한 기준에 맞아야 편두통이라 진단 내릴 수 있습니다. 2005년에 국제두통학회에서 발간한 두통질환분류에 의하면 편두통이란, 원인이 되는 질환이 없는 일차두통으로 특징적인 두통 양상과 특별한 증상(전조)를 동반하는 전조편두통과 무전조편두통으로 나뉘며, 4-72시간 지속되는 두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두통입니다.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가 불완전한 경우 두통 발작이 4-72시간 정도 지속되며, 특징적인 두통 양상 중 1)일측성, 2) 박동성, 3)중등도 이상의 통증 강도로 일상생활의 지장 초래, 4)일상적인 신체활동(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의)으로 악화되는 4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을 만족하며, 두통이 있는 동안 1)구역 그리고/또는 구토, 2)빛공포증과 소리공포증 중 한 가지 이상을 만족하며 이러한 두통이 다른 질환에 기인하지 않으며 최소한 5번 이상 발작하는 경우에 진단됩니다.

일측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양측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두통의 일측성 유무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지요. 전조 증상은 가역적인 시각증상(섬광이나 점, 선, 시력소실)이나 가역적인 감각증상(따끔거림, 무감각)의 증상이 앞서 말한 편두통의 정의에 만족하는 두통과 같이 또는 직전에 동반되는 것을 말합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잘 발생하며 초경 전후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첫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어머니에게 편두통이 있는 경우 딸이 편두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굉장히 복잡하죠? 하지만 편두통의 진단이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가끔 다른 신경학적인 질환, 간질이나 뇌경색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혈관성 두통이 유사하게 박동성 두통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오심과 구토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없던 편두통이 갑자기 발생했을 때, 다른 혈관성 두통과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박동성 두통의 특징을 보이는 혈관성 두통의 원인에는 감기나 열성 질환, 뇌수막염, 뇌출혈 특히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 등 아주 가벼운 질환에서 치명적인 질환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없던 두통이 발생할 경우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겪게 되는 두통. 무시할 수도 있는 증상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우리 몸에 발생하는 이상이나 변화를 알 수 있는 열쇠도 되고, 어쩌면 평생 같이 지내야 할 친구랍니다. 친구에 대하여 좀 더 아는 것이 우리가 막연하게 불안하지 않고, 우리 몸의 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요?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신준현 교수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