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안동에서 열린 2008 전국종별선수권대회의 최대 관심은 전자호구였다. 지난해 전국체전에 이어 전 경기를 전자호구를 입고 치르면서 전자호구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무천 KTA운영부장이 전자호구를 테스트해보고 있다.

대회 나흘째이던 28일, 경기를 모두 마치고 난 후에도 몇몇 관계자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윤웅석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원회 의장, 김무천 운영부장 등이 중심이 되어 전자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득점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간단한 테스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의 강도로 가격이 들어갔을 때 득점이 이루어지는 가의 여부, 가격이 이루어졌을 때 발생한 소리와 실제득점 여부, 전자호구가 선수의 몸에 밀착한 상태와 약간의 공간이 있는 상태에서 가격했을 때 득점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본 것이다.

테스트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전자호구에 대한 생각은 제 각각이었겠지만, 테스트를 하면서 어느 정도의 공감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는 ‘소리가 크게 났어도, 타격의 강도가 상대 선수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현재의 전자호구는 일정한 강도를 부여하고 그 강도를 넘었을 때 득점이 되도록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강도에 따른 득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일반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라면 그 정도의 소리가 났을 때 득점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전자호구에서는 득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리는 크게 나지 않았지만 강도가 크게 측정이 되었다면 득점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전자호구의 본격적인 도입에 따라 태권도의 경기방식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권도의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태권도의 발차기는 약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예전의 무도성을 가지고 있는 태권도의 발차기는 말 그대로 일격필살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의 태권도 발차기는 상대를 맞추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강력함은 많이 읽어버렸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방식에서는 강력한 돌려차기나 뒤차기 한방으로 1점을 얻는 것보다는, 빠른 양발 나래차기로 2점을 얻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빠른 나래차기로 상대의 호구에 정확히 발을 가져다 붙여 제법 소리가 크게 났다 하더라도, 점수는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소리는 크게 나지 않았지만, 정확하고 강력하게 상대를 가격했다면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훈련하는 방식에서부터 크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번 안동에서 열린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기존에는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던 선수들이 우승까지 차지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고등부에서 우승한 한 선수는 지금까지의 전국대회 최고 성적이 32강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이번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했던 방어가 전자호구를 입고 경기를 할 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입증됐다. 이러한 준비를 미리 했던 선수들은 그만큼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자호구를 훈련할 때 미리 입어보았던 선수들과 그렇지 못했던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 느끼는 것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전자호구가 본격적으로 채택된 이번 경기를 직접 치른 선수들과 코치들의 입장은 제 각각이다.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은 쪽은 ‘전자호구도 할 만 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일반호구 경기에서보다 좋지 못한 성적을 얻은 쪽은 ‘전자호구는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전자호구가 처음이었다. 직접 입고 경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 선수도 많았다. 그러므로 생소하고, 불편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분명하게 검증이 된 것은 전자호구를 전면채택하고도 큰 어려움 없이 대회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자호구가 100%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까지 거의 없다. 전자호구는 지금도 계속 개선되고 보완되고 발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전자호구 개발업체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발업체와 대한태권도협회나 세계태권도연맹 등의 단체가 전자호구의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안동종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난 후 대한태권도협회와 전자호구 개발업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적된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이 전제된다면 전자호구 시대의 본격 개막은 시간문제다. 전자호구 시대에 일선태권도인들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준비하는 사람이 새로운 시대의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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