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시카고에 살고 계신 김청일 선배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 말이 가슴속에 깊이 박혀 있다. 요약하여 후배에게 전해주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밸리 토털 휘트니스(Bally total fitness)가 태권도, 합기도 및 다른 무술과 손잡고 저가 공세로 활성화의 불길을 지피고 있다고 해. 60년대 설립하여 현재 세계에 500여개 휘트니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군의 헬스클럽이야. 미국에만 29개주에 435개가 넘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회원 수만 4백50만 명 근무직원 1만 명을 상회하고 있어. 이 클럽에서 2001년부터 ‘토털 마샬 아트(Total martial arts)’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온 가족이 함께 운동 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한 거야. 미국은 13세 이하의 어린이는 부모 혹은 보호자 없이 집이나 자동차 안에서 혼자 놔 둘 수 없지. 아이들을 집에 혼자 있도록 하였다가 발각되면 ’아동학대죄‘란 중죄로 처벌 받아. 따라서 부모는 13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해. 이 클럽은 이런 점을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한 거지.

아이들이 태권도등 다른 무술을 하는 동안 부모들은 다른 룸에서 달리기 등을 즐기며 체중 줄이기와 전쟁을 벌이지. 서로 운동이 끝나면 함께 집에 가는 거야. 김사범! 알다시피 미국 일반 태권도장 관비는 프로그램에 따라 1인당 $70~$140 쯤 징수하지. 반면 이곳의 수련비는 지역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40 정도를 받아. 일반 개인도장에 비해 절반 가격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어. 이러한 마케팅 방법으로 어느 특정한 연령에 한정되어 있던 고객을 다양한 연령층으로 끌어올린 거야. 저렴한 수련비, 쾌적한 시설, 넒은 장소, 고객의 편의를 제공한 효과적인 대응이 이 클럽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유이지. 또 이 클럽은 한국 사범들이 미국 체류에 가장 고민하는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보수도 상당히 높아 한국에서 오는 태권도 사범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지.

이 헬스클럽이 내 도장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봐. 끔찍한 일이라 나는 생각하기 싫어. 우리 영세한 도장들이 이 클럽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우리처럼 비체계적이고 전근대적으로 운동한 올드 타이머(Old Timer)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우리 1세대들의 도장 운영은 경험을 제외한다면 이 클럽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분야는 하나도 없어. 물론 젊은 태권도 사범들도 예외는 아니야.

자본, 시설, 인적자원 및 운영시스템 등 어떤 면에서도 이들과 경쟁이 되지 않지. 이런 헬스클럽 기업이 가상이 아닌 현실로 우리 옆에 다가와 있어. 그러나 우리 1세대 사범들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않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 내가 최고라는 환상에 빠져 2류로 전략해가는 빅 3자동차 회사들처럼 말이야.

그리고 이 클럽에서 일하는 태권도 사범들은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야.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사범들이 대부분이지. 이곳에서 일하던 사범들이 3~4년 후 영주권을 받아 우리 곁에 도장을 차린다면 또 다른 경쟁자와 우리는 상대해야 돼.

앞으로 수년 뒤 1세대 사범들의 태권도장의 현주소가 어디라고 생각해? 미국의 빅 3자동차회사처럼 쇠잔해지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변해야 돼! 도요타 자동차 신화처럼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는 ‘태권도의 아이콘’을 만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무척 걱정되네요.”

“치고 차고 막는 기술을 가리키는 벨리 스타일의 스포츠 태권도 및 타 무술 도장보다는 미국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별화 혹은 특화 전략으로 가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해. 100년 동안 타자기의 선두를 달렸던 스미스 코로나회사가 80년대 보급된 개인용 pc에 의해서 86년 문을 닫듯이 우리 도장도 변하지 않으면 그 미래가 역시 불확실해”

“따라서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설정해야지. 즉 치고 받는 싸움기술만 가르치는 타 도장과 차별화를 두고 프로그램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해. 국기원이나 세계연맹을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세계도처의 사범들에게 공급해 주고 체인화 시켜 결속과 응집력을 갖게 하는 거야.

과거의 조직이 일방적으로 지시 감독 명령만 하던 권위적인 조직이었다면 현대 조직은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상호 보완적 관계의 조직으로 발전되어야 해. 이제는 국기원이 하부 조직과 호혜와 평등의 원칙으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을 때야.

단증 발급에서 얻어지는 재정 수익이 국기원 인건비만을 위해 쓰인다면 세계의 모든 사범들이 국기원 존재 가치를 부정할 거야. 사실 국기원 9단증, 10단증이 없어도 도장운영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 9단증을 걸어 놓아도 그것을 보고 앗! 하는 사람이 없고 2단이나 3단증을 소지하고 태권도를 가르친다고 자격이 없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어.

국기원 단증만을 요구하는 관원도 없고 국기원이 무엇을 하고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도 몰라. 굳이 국기원 단 증서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태권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대다수 많은 사범들이 태권도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야.“
“외국 특히 미국에서는 모든 여건이나 분위기가 우리나라와 판이하게 다를 때가 많지요. 좀더 이야기를 해주시지요."

김홍래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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