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최정호(55) 심판위원장은 심판 분야에서 ‘베테랑(veteran)'이다.

지난 1997년 처음으로 심판분과 부위원장이 된 후 지금까지 부위원장을 7번이나 했다. 2000년에는 국제심판으로 시드니올림픽에서 활동하는 영예도 누렸다.

지난달 베이징올림픽 파견 2차 예선대회 대표자회의에서 최정호 심판위원장이 경기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런 화려한 이력이 동년배 심판들에게 시샘과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강직한 성격과 언변, 그리고 맡겨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그가 심판위원장이 된 것을 놓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전문성이나 경륜, 자질 등 여러 면을 따져 봐도 “될 사람이 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와 한때 불편(?)한 관계였던 김세혁 삼성에스원 감독은 “최 위원장은 그동안 심판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 왔고, 심판부와 지도자 사이에 의사소통 역할을 해 왔다”며 반겼다.

지난 3일 KTA 사무실에서 만난 최 위원장을 만나봤다.

- 부위원장과 위원장은 역할과 권한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어떻게 위원장의 소임을 다해나갈 것인가.
△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역할을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부위원장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이행하면 되지만 위원장은 바로 눈 앞에 펼쳐진 현상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명구, 박종명 등 전임 심판위원장들이 묵묵히 해 놓은 업적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심판위원장의 소임을 다하고 싶다. 심판위원장이 됐다고 해서 기존의 틀을 바꾸기보다는 오랫동안 부위원장을 하면서 느꼈던 ‘작은 부분’을 바꿔보고 주위를 폭넓게 챙겨야 될 것 같다.

지난 1월 국기원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파견 1차 예선대회에서 최정호 심판분과 부위원장이 판정에 항의하는 경희대 코칭스테프에 공세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 위원장으로 선임돼 베이징올림픽 파견 대표선수 선발 2차 예선대회를 별 탈 없이 잘 치렀다. 앞으로 각오는.
△ 2차 예선대회를 시작하기 전 박종명 전 심판위원장께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내용을 심판들에게 전하면서 큰 힘이 됐다.

2차 예선대회에서 소청이 단 한건도 없다고 해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다만 제도적으로 판정에 대한 항의를 최소화하고 경기장 문화를 아름답게 바꿔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

며칠 전 양 전무와 윤 의장을 만났을 때 예화(例話)를 곁들여 이런 말을 했다. ‘사령부에서 작전을 잘 세워야 병사들이 죽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 말은 집행부에서 소청제도를 개선하고 애매모호한 경기규칙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노력해야 심판들이 다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한 판정과 경기장 문화 개선을 위해선 심판들의 노력 이외에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도 중요하다. 곧 1박 2일 일정으로 심판 집체교육을 실시해 허심탄회하게 심판 발전을 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심판 개개인과 관련된 부적절한 ‘소문’도 짚고 넘어갈 것이다. 특정 팀과 친하다는 소문은 심판도 책임져야 한다.

- 2～3년 사이에 일부 지도자들과 간혹 몸싸움과 말다툼을 해서인지 ‘강성 이미지’가 남아 있다. 위원장이 되어서도 강성 이미지를 유지할 것인가.
△ 그렇지 않다. 본의 아니게 심판부를 대변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심판부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위원장으로 모셨던 분들이 나보다 성격이 온화해서 부위원장인 내가 나서야 했지만 앞으로 신중히 처신하겠다. 내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배려와 조화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 어떻게 부위원장들과 호흡을 맞춰나갈 것인가. 그리고 부위원장과 고참 심판들 간의 의사소통도 중요한데….
△ 어떤 자리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김현수, 유호경 부위원장들과는 ‘코드(정서)’가 맞다. 다만 두 부위원장에 대한 세간의 염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자란 부분은 서로 보완해주면서 직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경기 지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난 대표자회의 때 말한 것처럼 심판은 지도자들이 적대시할 대상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심판들도 지도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지도자들도 심판에 대한 기본적인 편견과 불신의 벽을 허물어주었으면 좋겠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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