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1동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환선(56·사진)씨.

“아, 긍께(그러니까)…”로 이어지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서글서글한 인상, 그리고 상대방에게 결코 위압적이지 않은 모양새를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훈남(훈훈한 남자)’이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 첫째 형과 둘째 형을 따라 태권도를 배웠다.

“큰형(이환식씨)은 조영기 전남태권도협회장의 친구입니다. 6남매의 태권도 단(段)을 합치면 아마 40단은 될 겁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그는 본격적으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초, 아직도 태권도 명문으로 회자되고 있는 서울 광성고, 명지대  시절 국가대표선수인 손태환(현재 캐나다 국가대표 총감독)과 함께 고등부 단체전을 5연패하고 대학시절에는 전국대회를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당시 국가대표 선수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고의민(현재 세계 태권도연맹 기술심의회 의장)씨가 그의 스승이다.

대학은 특기생 자격으로 명지대로 갔다. 그러던 1980년 친형의 소개로 미국 뉴욕에 있는 타이거 김(한국명 김상수)이 운영하는 도장에서 사범 생활을 한 그는 1년 후에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프랑스 북부와 인접한 산세바스찬 바스코 지방에서 가라테의 아성을 물리치고 태권도를 보급하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곳에서 15년 동안 변호사, 의사, 고위 경찰관 등 수만명의 제자들을 배출했죠. 집을 살 때 제자들이 보증을 서 주는 등 인정도 각별했습니다.”

20년 전 태권도를 가르치던 사진을 보며 추억에 젖었던 그는 “그 때는 참 펄펄 날았는데, 인제는 나이를 먹어서 머리로 벗겨지고 배도 나오고…”하면서 마른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세월을 비켜가지 못해 예전처럼 몸이 날렵하고 탄탄하지 않아도 태권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했다.

94년 가족들과 함께 귀국한 그는 모피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페인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모피사업을 하는 바이어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데, 스페인은 초원이 많아 양 모피가 많아요. 그것도 최고급으로요. 이탈리아는 스페인에서 나오는 모피를 가져다가 가공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 뿐이죠.”

사업은 잘 됐다. 한때 1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면서 연 매출 50억 원을 올리는 등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관장은 사업을 잠시 접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태권도 제자들을 키우기 위해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 1동에서 2002년 부터 도장을 경영하고 있다.

강민성 사범이 수련생들에게 태권도 기본동작과 발차기를 가르치고 있다

사업을 해서인지 도장 경영도 잘해 그 지역에서 대적할 도장이 없을 정도다. 3년째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강민성(32) 사범에 대해선 “성실하고 예의바르다, 수련생들이 좋아하며 잘따른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나이. 그의 꿈이 궁금했다.

“다시 무역 사업을 해야죠. 사업이 잘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장학재단도 만들고 싶습니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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