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사다난했던 정해년(丁亥年)을 태권도계는 오는 4월 중국 정저우(鄭州)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파견할 국가대표최종선발전으로 마감했다. 각 체급별 우승자는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만큼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태권도 종주국의 위용을 맘껏 떨쳐주기를 기대한다.
매년 국가대표선발전이 끝난 후 이어지는 판정시비는 태권도계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이젠 지겨울 정도다. 심판이 의도적으로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편파적인 판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팀 지도자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이 너무 높고 두껍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태권도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장 큰 사건도 승부조작 의혹으로 인한 파문이었다. 전무이사가 사표를 제출하고, 회장이 전무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그동안 흘린 땀방울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오직 한명만이 선택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 한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야할 협회가 판정 의혹으로 검찰 고발과 행정 마비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승복과 예의를 중시하는 ‘태권도 정신’은 실종되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상대를 무너뜨려야 자신이 산다는 이기주의적 사고방식이 존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KTA 김정길 회장은 4년 전 취임 당시 “태권도 발전을 위해 선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냥 결재서류에 사인이나 하는 회장에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주길 바랬다.
그러나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발전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선도장은 일선도장대로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심판판정에 대한 각 팀 지도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필자는 물론 태권도계가 믿었다. KTA 회장 이전에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던 화려한 리더로서의 경력은 공사의 엄격한 구분이 지도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빠른 머리 회전보다 한숨 거른 신중한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터득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그래서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여성심판을 비하하는 발언과 원색적 폭언을 서슴지 않았던 모 지방협회 인사에 대한 강한 처벌을 약속했던 기억이 아직도 필자와 태권도인들에게 생생한데 아직껏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권도계 개혁을 위해 선거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준비는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도조차 못해보고 그 계획 자체를 접은 것인지 궁금해 하는 태권도인들이 많다. 말을 꺼내 놓고 결론이 없다. 태권도인들이 김 회장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는 핵심적 이유다.
정해년이 물러가고 쥐의 해인 무자년 새해가 환히 밝았다. 쥐는 자신의 상황을 일찌감치 깨닫고 기회를 포착해내는 특유의 판단능력과 재빠른 행동이 뛰어난 동물이다. 이렇게 좋은 의미를 가진 쥐띠 해를 맞아 김 회장과 태권도계가 새로운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어떠한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실현가능 여부를 잘 판단하고, 그 시기가 적절한지, 태권도인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사업인지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선도장 경영 활성화 방안과 각 팀의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말보다 실천이 우선돼야 하는 태권도계 올 한 해 희망 어젠다가 필요하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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