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설립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했고, 시대 흐름에 따라 위상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분석해 국기원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습니다.”

최근 ‘국기원의 역할과 위상 제고 방안’으로 계명대 박사학위 논문 최종 심의를 통과한 양경덕(52·사진) 수성구청 태권도단 감독의 말이다.

그는 국기원과 관련해 선행 연구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온갖 어려움과 고충을 이겨내며 4년에 걸쳐 이 논문을 작성했다.  지난 2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 논문을 쓰게 된 배경과 고충, 그리고 보람 등을 들어봤다.

양경덕 수성구청 감독.

- ‘국기원의 역할과 위상 제고 방안’을 박사학위 논문의 논제로 결정한 배경이 궁금하다.
△ 태권도는 1945년 해방을 전후하여 태생되었으며, 난립하던 관(館)들이 정부의 체육정책에 따라 1960년대 초 대한태수도협회(대한태권도협회 전신)가 창립되면서 제도화가 된 후, 국기원의 건립과 세계태권도연맹의 창설로 세계화가 되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었다. 국기원을 비롯한 소위 태권도 행정의 3대 조직이라 일컬어지는 대한태권도협회와 세계태권도연맹이 최근 들어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여 어떻게 하면 태권도가 발전할 수 있을까에 고민을 하다가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결론에 따라 이같은 논제를 결정했다.

- 박사논문은 석사논문과는 엄연히 다르다. 어떤 과정을 거쳐 학위 심의를 통과했나.
△ 국기원이 설립된 후 과연 어떠한 역할을 했으며 그 위상은 어디에 있는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계명대 태권도학과 송형석 교수를 지도교수로 하고, 대구지역 행정학계의 명망있는 박세정 교수(계명대 행정학과)를 심사위원장으로, 안양옥 서울교대 교수를 외부 심사위원으로, 그리고 계명대학교 체육대학장을 역임한 배영상 교수와 최성곤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하여 연구를 시작한 후 4년 만에 최종 심의를 마쳤다.

- 이 논문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 기초가 부족해서 다른 연구생보다 오랜 기간 태권도계의 선배, 교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어느 정도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나 관련 기관의 자료 중 은 초창기의 자료는 보관이 부실했고, 공개해도 될 자료도 공개를 꺼려하여 얻지 못했다.

- 선행 연구가 없어 논문을 작성하는 데 고충이 많았을 것이다. 어떤 문헌과 자료를 참고했나.
△ 국기원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그나마 태권도와 관련된 논문 중 국기원에 대하여 한 문장, 한 문장 정도를 다룬 연구물과 대한태권도협회가 발간한 계간 태권도지와 태권도신문, 국기원 25년사를 비롯하여 무카스뉴스 등 인터넷 매체에서 다룬 자료를 참고했다.

- 이 논문을 통해 무엇을 제시하고자 했나.
△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등 태권도 행정의 3대 조직의 존재 목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기원이 태권도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다른 태권도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신념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 국기원이 설립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했고, 시대 흐름에 따라 위상은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분석하여 국기원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 논문이 완성된 후 아쉬운 점은 없었나.
△ 이 연구는 문헌 고찰을 통해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연구내용에 있어서 실증적인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앞으로 이루어질 연구에서는 설문조사, 참여관찰, 인터뷰 등 다양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또 본 연구가 종결될 즈음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는데 그 내용 가운데 국기원을 특수법인화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국기원이 특수법인화에 따른 역할변화와 위상에 관한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 후진들에게 바라는 점은.
△ 태권도계의 선, 후배들에게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항간에서는 선배들이 10년, 20년 만에 현실과 타협한 데 반해 젊은 후배들은 1년이면 본질이 변한다고들 한다. 양심과 진실에 입각하여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후배들을 기대한다.

-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
△ 태권도에 몸담아 오면서 태권도에 많은 신세를 졌다고 생각한다. 몇 년 후 언론계로 되돌아가 태권도계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찾아보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밀알이 되고 싶다.

나는 주자의 주자공문집 권학문에 나오는 첫 구절 '小年易老學難成' 을 좋아한다. 지금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정진하려고 한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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