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찾은 도장은 태권도, 특히 태권도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도장이다. 수련비가 비싸다고 소문난 도장이다. 압구정동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련비가 비싼(월 15만원) 도장! 그렇다. 바로 그 도장이다.

‘송현근 태권도 아카데미(큰사범 송현근·35)’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에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맞은편이다.

이 도장의 수련비는 왜 비싼가? 단순히 동네가 부촌이라서? 우선 궁금한 점을 송현근 사범에게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태권도 사범으로서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자는 겁니다.”

송 사범은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태권도가 왜 싸야 합니까? 예를 들어 영어나 수학, 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축구나 농구 등도 횟수로 따지면 태권도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골프나 승마 같은 종목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왜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련비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기자는 송 사범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협회에서 수련비를 9만 원 또는 10만 원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그 금액보다 더 싸게 수련비를 책정하지 말라는 말이지, 더 비싸게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할 자신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금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교육을 하겠다는 약속과 같은 것이지요.”

송현근 큰사범

송 사범이 압구정동에서 처음 도장을 시작한 것은 1997년. IMF가 터진 바로 그 해다. 당연히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고, 다니던 태권도장도 끊던 시기였다. 송 사범도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송 사범이 처음 시작했을 때의 관원은 17명이었다. 당시 압구정동, 청담동은 무술도장의 무풍지대나 다름이 없었다고 한다. 인근에 3개 정도의 태권도장이 있었지만, 무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그나마도 잘되는 도장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태권도장의 불모지대였던 것이다. 그 불모지대에서 송 사범은 기적 같은 성공을 일궈냈다.

송 사범의 도장이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생겨난 도장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도장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정말 송 사범의 도장은 15만 원에 합당한 교육을 하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수련을 받는 아이들, 정확하게 말하면 학부모들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기자가 도장을 찾은 날에도 대 여섯 명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수련을 참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송 사범에게 양해를 구한 기자는 학부모들과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기우로 덧붙인다면, 이 동네 학부모들이 태권도장 관장의 눈치를 보고 할 말을 못할 사람들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학부모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학부모들도 당연히 주변에 이 도장보다 수련비가 싼 도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셔틀버스를 통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먼 거리에서 학부모들은 ‘송현근 태권도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이미 송 사범의 도장은 근방 학부모들에게 유명하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말하는 송현근 도장의 장점은 여럿 있었지만, 핵심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 점을 해결해 준다’는 것이었다. 한 학부모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가려운 곳을 긁어주더라”는 것이다.

송현근 태권도 아카데미는 압구정동에 2개의 도장이 있으며 작년에 도곡동에 낸 지관까지 포함하면 총 3개의 도장이 있다. 그렇다보니, 인근 도장 관장들의 시기와 질투를 피할 수 없었다. 이 점은 아직도 숙제라고 했다.

“처세술책까지 보면서 다른 관장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구협회의 일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보니, 이런 저런 구설수에도 많이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제가 지도하는 아이들이 최우선이거든요. 일주일에 3개의 도장을 다 둘러보면서 직접 지도를 하려면, 다른 일에 관심가질 여유가 없어요.”

송 사범의 도장에는 국내 유수의 재벌가, 유명 연예인의 아이들이 다수 다니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한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태권도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송 사범의 생각이다.

“여기 있는 아이들이 대한민국 1%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어려서 태권도를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태권도의 미래가 어느 정도는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음식점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맛이 특별하게 좋든지, 서비스가 좋든지, 분위기가 좋든지, 하다못해 밑반찬이 달라도 다른 것이다. 아무 장점이 없이 가격만 비싼 음식점에 손님이 몰릴 이유는 없다. 송현근 태권도 아카데미가 괜히 비싼 것은 아니었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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