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세계 본산이라는 국기원이 기능도 내외관도 쇠락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기원은 그동안 태권도본부의 위상에 걸맞은 기능과 외관을 갖추도록 시설 개선보수가 시급하다는 태권도계 지적에 따라 지난해 시설 개보수 예산을 잡아놓았지만 제대로 시행치 못한데 이어 올해엔 관련 예산조차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열렸던 정기이사회에서 국기원은 작년보다 약 2억원 증액된 83억 원의 예산을 승인했다. 그러나 ‘2006년도 수지예산서’에 시설개선보수 관련 사업계획이 포함돼 있는 공사비 내역으로는 에어컨 설치공사예산이 증액된 것 이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공사관련 예산이 식당 가스시설 교체, 형광등 교체, 경기장 내부 도색, 소화기회로, 유도등, 소화기, 에어컨 설치 공사 등에만 책정돼 있어 국기원의 외관과 기능을 살릴만한 실질적인 시설개선보수작업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작년 수지예산에서도 에어컨 설치, 식당 개보수, 현관-복도-사무실개선보수, 안내판 설치, 블라인드 교체, 원장실 천정 및 바닥공사, 기념관 도색 공사, CCTV 설치 등 공사비가 책정돼 있었지만 안내판 설치, 블라인드 교체(이중창 설치로 대체), 원장실 공사, CCTV 설치 등만 시행됐고 나머지 사업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기원이 수지예산에 따른 사업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시설개선 및 보수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국기원이 시설개선 및 보수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해 실행할 의지가 있었다면 당해연도 예산에 책정돼 있는 사업시행뿐만 아니라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해 반드시 시행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국기원 내외부를 살펴보면 페인트칠이 오래돼 낡아 벗겨진 부분들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페인트 색상 자체도 낡고 허름한 회색을 고집해 국기원 이미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국기원 기념관은 국기원을 방문하는 국내외 인사들의 견학코스로 사용되고 있지만 장소가 협소하고 전시물이 다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시물의 경우 태권도 역사와 관련된 물품보다는 여러 가지 잡다한 스포츠경기대회의 기념품, 휘장 등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태권도본부의 기념관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예산안에서 지난해보다 증액 책정된 에어컨 설치 사업도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기원측은 경기장 천정이 높고, 시설물이 오래돼 에어컨 설치가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을 책정해 놓고서도 정작 공사는 시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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