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태권도장 수련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하는 ‘가족 축제의 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서울특별시장기 초ㆍ중ㆍ고ㆍ일반부 대항품새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와 학부모들은 관중석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국대회 규모의 큰 대회는 아니지만 자녀들과 부모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들에게는 대회규모의 작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기의 승패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날 관중석에 앉아 출전을 대기 중인 자녀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던 이진영(여ㆍ37)씨는 “아이들 품새대회가 있는 날이면 항상 같이 따라나선다. 도시락도 준비하고 아이가 직접 경기를 할 때 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며 함박웃음 지었다.

겨루기 경기와는 달리 이날 품새경기를 관전하는 학부모들은 관람 분위기부터 달랐다. 상시 도사리고 있는 부상의 위험과 승패에 따른 부담이 적어 그만큼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다. 실수도 패배도 그들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고 얘기했다.

서울 관악구애서 온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겨루기 경기에 나간다고 하면 솔직히 걱정되는데 품새경기에 나간다고 하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부상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품새경기를 선호하고 있는 학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이날 대회에 참관한 학부모 15명에게 자녀들을 언제까지 태권도장에 보낼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이구동성 “학업에 방해될 것 같아 초등학교 4학년까지만 도장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관중석에서 품새 경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만약 아이들이 부상위험성이 우려되는 전문적인 겨루기 선수를 하지 않는다고만 한다면 건강관리 차원에서 도장에서의 품새 훈련은 적극 후원해 줄 수 있다”고 도 밝혔다.

이는 조기교육 열풍에 휩싸인 학부모들도 성장기 자녀들의 체력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품새 국가대표선수 육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계속적인 품새경기의 활성화는 곧 도장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며 겨루기와는 달리 치열한 경쟁이 적고, 아직 무도적인 면이 남아있어 도장 수련생과 학부모를 한데 결집시키는 장 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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